날씨따라 메뉴도 바뀌는 ‘봉달이김밥’ 장마철 대비해 연장근무하는 조선소
제습기 업체 기상청 날씨경영 인증도 변덕스런 날씨 극복하는 유통·산업계 예보 최대한 이용…고객만족전략 골몰
김밥집은 주말마다 나들이 가기 좋은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같은 때에 한창 바쁘다. 그중에서도 대전에서 ‘봉달이명품 김밥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봉자 사장은 날씨를 수시로 확인하며 재료를 채워넣느라 더 분주하다. 맑고 화창한 날씨에는 주로 야채김밥과 소고기김밥 재료 비중을 늘린다. 반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치즈김밥, 참치김밥 재료를 보충해둔다. 김 사장의 예상은 여지없이 적중한다. 날씨에 따라 손님들이 찾는 김밥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날씨에 맞춰 메뉴를 준비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비나 꽃샘추위 때문에 나들이 일정이 미뤄지면서 단체 김밥 주문이 취소되는 일을 왕왕 겪었던 김 사장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됐다. 단체 김밥 주문이 취소되면 미리 준비해놓은 재료를 폐기해야 했기 때문에 김 사장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날씨 정보를 경영에 활용하기로 했다. ‘131’ 기상 정보와 기상청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이에 맞춰 재료를 준비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김 사장은 지난해 ‘제7회 한국 기상정보 대상’ 공모전에서 쟁쟁한 대기업들을 제치고 기상 정보를 잘 활용한 사례로 인정받으며 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자연의 이치’인 날씨는 기업 활동은 물론, 소비자들의 심리와 동선을 움직이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받은 업종에서는 급작스러운 날씨 변화나 혹서ㆍ혹한 등의 영향을 고려해 경영에 활용하느라 바쁘다.
대규모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도 대표적인 날씨경영 업종이다. 일부 조선소는 장마철에 대비해 특별 연장근무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유는 도장 작업 때문. 건조된 배에 선주사의 요구에 따라 색을 입히는 도장 작업은 다른 여러 건조 과정 중에서도 특히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오르고 습기가 많아지면 같은 색을 칠해도 색감이 다를 수 있다. 실제로 SPP조선은 이달 말로 예상되는 장마철에 대비해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특별 연장근무를 진행했다.
대형 장비들이 동원되는 조선소에서는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날씨경영이 필요하다. 여러 개의 강판을 용접해 만든 블록을 탑재하는 작업은 대형 크레인이 이용되며, 또 블록의 무게도 매우 무겁다. 강풍이 부는 날씨에는 대형 크레인을 이용한 블록 탑재 작업 시 사고위험이 커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날씨 정보를 미리 파악해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현대삼호중공업은 용접과 도장은 물론 탑재, 시험 운전 등 거의 모든 공정에 날씨 정보를 이용해 연간 5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미묘한 심리를 겨냥해야 하는 유통업계도 날씨 때문에 울고 웃는 업종이다.
백화점에서 여성의류를 담당하는 상품기획자(MD)들은 올해 불쑥 찾아온 더위 덕분에 전전긍긍했던 숙제가 저절로 풀렸다.
지난해에는 ‘봄 실종 현상’이란 말이 나올 만큼 꽃샘추위에서 바로 여름으로 이어지면서 봄 의류가 안 팔려 재고 부담이 상당했다. MD들은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해 올봄 간절기 의류를 줄이고 초여름을 겨냥한 얇은 의류를 일찌감치 매장에 내놨다. 그러나 올해는 3월 초부터 포근했던 날씨가 백화점 봄 정기세일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쌀쌀해져 얇은 의류들이 예상만큼 팔리지 않았다. 눈발이 흩날릴 정도로 쌀쌀했던 날씨 때문에 고객들의 발길도 끊겨, 실적도 저조했다.
그러나 이후 5월에 접어들면서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설 정도로 더워지자 상황이 반전됐다. 세일 때에는 찾지 않았던 초여름 옷들의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실적도 부쩍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현대백화점은 13.3%가량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특히 날씨의 영향이 큰 여성의류 매출이 16.3%나 올랐다.
장마철을 노린 시즌 상품은 더욱 날씨에 민감하다. 제습기는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매출이 급증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해마다 기상청의 장기 예보를 바탕으로 생산 및 판매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주 판매 채널인 홈쇼핑에서도 날씨 정보를 방송 편성에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습도가 높고 불쾌지수가 높을 것 같은 날에는 여지없이 제습기 방송이 나올 정도다.
중소 전자업체인 위닉스는 지난해 기상 정보를 경영에 반영,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날씨경영 인증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위닉스 관계자는 “날씨경영 인증을 계기로 보다 원활한 제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날씨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현정ㆍ박수진ㆍ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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