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더 무서운‘ 기후난민’
“북한 정권의 붕괴는 전쟁도 쿠데타도 아닌 기후변화에서 온다.”
국제 안보전문가이자 군사 지정학자인 귄 다이어는 저서 ‘기후 대전(Climate Wars)’에서 북한이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 때문에 붕괴하고, 살 길을 찾아 넘어온 북한의 기후난민을 한국이 먹여 살려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한데 이 같은 이야기가 마냥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비록 북한은 아니지만, 이처럼 기후 악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비슷한 전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섬나라 투발루. 세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적은 나라인 투발루는 1993년 이후 해수면이 9㎝ 넘게 상승하면서 국가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대로라면 50년 후께 나라 절반이 가라앉게 된다.
현재 투발루는 국가 위기 상황을 선포하고 이민을 장려하고 있다. 이들 기후 이민은 주로 이웃나라인 호주나 뉴질랜드로 망명을 떠나지만, 호주는 단체 이민을 거부하고 뉴질랜드는 연간 75만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첫 기후 난민 지역이 발생했다. 알래스카 주의 작은 마을 뉴톡이다. 지구 온난화로 동토가 녹아내리고 베링해의 해수면이 높아지며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기후 난민이 발생했다.
땅덩어리가 큰 중국 역시 기후 난민이라는 이슈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아니다. 특히 지난봄 베이징(北京)과 일부 도시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극심한 스모그 때문에 이 같은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후융(胡永)이라는 학자는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한 국제 학술 포럼에서 외국학자들이 중국에 대규모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면서 기후 난민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베이징에 거주하는 일부 외국인은 스모그 때문에 베이징을 떠나고 있다. 중국 언론 환추스바오(環球時報)도 “최근 베이징에 거주하는 일부 외국인이 스모그를 피해 베이징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베이징 파견 직원에게 ‘스모그 위험수당’을 지급하는 외국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기후 악화로 지구촌에서는 이제 전쟁이나 정치 난민보다 기후 난민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는 방글라데시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오는 2050년까지 국토의 17%가 침수되고, 약 20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