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오지호(38)의 외모는 ‘다비드‘다. 본인은 1년간 헬스장을 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여전히 조각미남이다. 하지만 ‘빠마머리’를 하고 코믹하게 변신해도 그의 연기는 살아있었다. 최근 끝난 KBS ‘직장의 신’에서 회사에 충성하며 사는 장규직 마케팅팀장을 연기한 오지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재미있었다고 했다.
“배우와 스텝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촬영장에서 정규직은 감독님 한명뿐이었다.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계약직 정유미(정주리 역)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규직에게 뺏기고,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비위도 맞춰야 하며, 일을 많이 하는데도 정규직이 되지 않는 모습에 모두들 공감했다. 얄미운 팀장에게 침을 뱉은 커피를 대령하는 장면은 유치하지만 일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호는 ‘직장인 신‘의 캐릭터들이 다소 비현실적이었지만 설득력을 갖춘 것은 정주리 캐릭터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유미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정규직이 못하는 것을 계약직인 미스김(김혜수)이 해낸다. 시청자들은 정유미가 되서 미스김처럼 해보자는 생각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좋았던 것은 계약직을 대변해주는 미스김이 이 시대에 필요한 영웅이라는 점이다. 영웅이 나와 속시원한 걸 표현해주는 드라마였다. 장규직처럼 일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은 해결사 같은 미스김의 모습이 통쾌했을 거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04 오지호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04
드라마는 끝났는데도 오지호는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맡은 장규직은 드라마속에서 유일한 악역이라고 했다. 3개월만 일하는 사람과 뭐하러 친하게 지내냐고 말할 정도로 비정한 면이 있다. “너무 세게 나가면 미움받지 않을까 고민한 적도 있다. 임신한 봉희(이미도)에게 한 말은 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욕먹을 걸 의식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장규직은 군대로 치면 상병 같은 존재다. 때로는 화를 내줘야 상하관계도 유지되고 몇 명 되지 않는 조직원을 끌고갈 수 있다.”
장규직은 나쁜 상사같지만 계약직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하지 못하겠다며 프리젠테이션장을 뛰쳐나갔고, 계약직 여사원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김혜수와의 씨름에서 져주는 ‘인정‘을 지니고 있었다. 장규직의 이같은 심경 변화는 비정규직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장규직의 어머니가 지닌 애환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장규직은 선과 악으로 구분할 때 욕먹는 사람이지, 회사에서는 필요한 존재다. 개인적으로 무정한(이희준)보다 장규직이 더 좋은 상사라고 생각한다. 장규직이 현실적인 상사라면 무정한은 이상적인 상사다. 내가 사회에서 성장을 못하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내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발견해주는 데는 독설도 필요하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04 오지호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04
오지호는 이번 드라마의 아쉬움은 러브라인이 없었다는 점 한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15년간 연기하면서 드라마에서는 메시지보다는 즐거움을 주자는 생각을 굳혔다. 망한 드라마에서도 대중이 뭘 원하는 지를 배우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조각미남의 외모에도 궁상과 코믹도 어울리는, 이상야릇함이 있다. 그 비결은 의도하고 계산하는 부분과 현장에서 오는 느낌을 잘 섞는 것이라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04 오지호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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