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이문세 ‘콘서트 대첩’이 남긴것은…
블록버스터급 무대 볼거리 가득 첨단기술로 관객과 거리 좁혀 대한민국 공연기술의 ‘바로미터’ 반복 늪서 헤매는 가요계에 충격
조용필과 이문세 두 노장(老將)이 공연으로 보여준 것은 진화하는 한국 콘서트의 미래였다. 둘의 무대 위 모습은 서로 사뭇 달랐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정점의 무대를 펼쳐냈다는 점은 같았다. 여름의 문턱 6월을 맞은 잠실벌은 두 노장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모인 수많은 관객들로 즐거운 마비상태에 빠졌다.
조용필은 철저히 음악을 중심에 둔 ‘예술영화’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조용필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첫 공연을 벌였다. 이곳은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이라고는 하나 공연장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닌 만큼 종종 아쉬운 음향 수준을 들려주는 공간이다. 그러나 조용필은 달랐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소리가 사방에서 객석으로 달려들었다. 소리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관객들이 수시로 전후좌우로 고개를 돌리는 흔치 않은 광경이 벌어졌다. 공연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용필의 철저한 준비와 계산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무대 전면에 배치된 거대한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 미디어월(Media Wall), 3층 객석 외곽을 띠처럼 둘러싼 LED 조명, 돔 천장에 무늬를 만드는 레이저 조명은 다채로운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며 공연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공연장 전후를 자유롭게 오가는 ‘무빙 스테이지’는 관객과 무대 사이의 거리적 한계마저 깼다. 이 같은 무대에 게스트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문세는 화려한 볼거리로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블록버스터’ 같은 무대로 관객들을 맞았다. 이문세는 ‘대한민국 이문세’라는 타이틀로 지난 1일 서울 잠실동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공연에 모인 유료 관객은 무려 4만8500명으로 대한민국 단일 공연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영국 런던의 타워브리지를 본 딴 대형 무대는 공연장의 크기에 지지 않는 규모로 객석을 압도했다. 여기에 미디어월은 수시로 다양한 영상과 무대 위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무엇보다도 이번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음향이었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음향을 잡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무대에서 3층 객석까지의 거리는 150여m 이상이다. 이 때문에 무대 위 스피커의 음향이 객석으로 늦게 전달돼 울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서 객석으로 들리는 잔향은 거의 없었다. 이는 철저히 스피커의 위치를 조정하고 재질에 신경을 썼음을 방증한다.
공연의 모습은 달랐지만 두 노장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일등공신은 첨단 기술이란 점에서 같았다. 또한 두 공연은 대한민국의 공연 기술 수준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두 노장의 이 같은 행보는 반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요계와 공연계에 상당한 충격파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