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로 화려한 컴백…송강호가 말하는 작품세계
세 번째 만남. ‘살인의 추억’(2003)이 지나가니 ‘괴물’(2006)이 불쑥 튀어나왔다. 6년 만의 조우는 ‘설국열차’를 타고 왔다. 배우 송강호(46·사진)와 봉준호 감독. 송강호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덜컥 수락부터 했다. 서로를 향한 “기본적인 신뢰감” 때문이었다.
글로벌 대작의 시작 5분, 또 5분이 지나도 송강호의 얼굴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말이 낯선 할리우드 배우들에게서 그저 ‘냄(Nam)’으로만 회자될 뿐. 사실 ‘남궁(Namgoong)’인데 말이다. 20분이 지나서야 기다리던 ‘냄’은 등장한다. 감옥칸에 갇혀버린 텁수룩한 수염의 ‘약쟁이’, 직업은 설국열차의 ‘보안설계자’.
배우 송강호는 이번 영화에서 연기한 남궁민수 캐릭터를 “봉준호의 분신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열차에서는 아귀다툼을 해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앞칸으로 전진하려는 욕망만 가지고 있어요. 진정한 자유를 찾지는 않죠. 나아가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점령을 당해야 합니다. 이런 쳇바퀴 도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유는 또 다른 세상에서의 생존이에요. 그게 봉준호 감독의 야심 같아요. 그걸 남궁민수에게 실은 거죠.”
송강호가 연기한 남궁민수는 빙하기가 도래한 2031년 ‘인류의 끝’이 당도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빙하기 이후를 보는 인물로 그려진다. 중요한 키를 쥔 캐릭터를 소화한 그는 “관객은 신나는 오락물을 보지만, 이 사회의 소통과 계급의 문제에 화두를 던진 영화”라며 “‘괴물’이 한국사회를 냉정하고 냉철하게 바라보는 우화였다면, 그것의 세계 버전이 ‘설국열차’”라고 설명했다.
송강호도 배우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지 17년, 충무로에서는 어느새 선배로 불리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돌이켜보면 매번 홈런만 쳤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혹평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4번타자는 홈런만 치는 타자는 아니에요. 진정한 4번타자는 자신의 팀이 지더라도 9회말까지 경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선수예요. 자기 생각만 해서 홈런을 치면 콜드게임 패를 당할 수도 있어요. 배우도 그래요. 어떤 작품에서는 제가 희생번트를 치고 희생플라이를 해야 하죠. 그래서 배우에 대한 혹평이 따를 수도 있어요. 관객들은 알지 못하지만, 반드시 그런 지점은 와요. 설국열차’는 그런 차원이 아닌 다른 개념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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