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김용화 감독. 그런 그가 탄탄대로를 마다하고 굳이 선택한 차기작이 바로 영화 ‘미스터 고’다. ‘야구하는 고릴라’라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말이 많았다. 혹자는 ‘무모한 도전일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막상 베일을 벗은 ‘미스터 고’는 우려의 목소리를 단번에 잠재웠다. 그동안 국내 영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기술력이 이 영화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실제 고릴라를 보는 듯한 생생함. 그리고 김용화 감독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이 배어 있는 영화로 보는 이들을 만족시켰다.
주인공인 고릴라 링링은 털 하나에 김용화 감독을 비롯 덱스터 스튜디오 직원들의 피와 땀이 담긴 가상 캐릭터다. 그래서일까. 성동일, 서교와의 호흡에도 어색함이 없다. 온 가족이 즐겨 볼 수 있는 오락영화의 취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 링링, 그냥 김용화라고 생각해 주세요
사람의 손에서 자란 사자가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몇 년이 흐른 뒤 자신을 찾아온 주인을 알아보며 기뻐하는 유투브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어, ‘미스터 고’를 제작하기 이르렀다.
“사람보다 더 기뻐하는 사자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죠. 단지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람이 지구의 주인인 양 행세하잖아요. 사람도 동물인데 말이죠. 어쩌면 사람이 가장 불행한 동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상 사람이 동물에게 감정 이입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 링링을 보면 어쩐지 짠하다.
“그게 바로 제 목표였어요. 수천 번, 수만 번을 한정된 시간 안에서 공들였죠. 결국 이 영화는 인간도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정말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링링에 땀을 쏟았어요. 그냥 링링을 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인물들의 개성 역시 돋보인다. 딱히 ‘미스터 고’에서는 악인을 찾을 수 없다. 물론 김희원이 또 다른 고릴라 레이팅을 이용, 링링과 싸움을 부추기는 인물 림 샤오강으로 등장하지만 이유 있는 악역이다.
“림 샤오강과 레이팅이 주인공들과 반대된 것이 아니죠. 사실 웨이웨이(서교 분) 보다도 굉장히 정당한 논리를 갖고 있고, 정당화 된 악역 캐릭터죠. 레이팅 같은 경우도 훨씬 더 생동감 있고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세상 속 인간들의 부조리함을 느낄 수 있죠.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굉장히 만족합니다.”
# 휴머니즘 없는 영화, 무슨 재미지?
극 후반부 링링과 레이팅은 야구 경기장 안에서 치열한 대결을 벌인다. 이들의 생생한 격투는 곧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뤄내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정말 어려웠죠. 실제 배우들이 싸우는 것처럼 테스트를 할 수도 없으니까요. 다시 거꾸로 돌아갈 수 있는 장면이 없죠.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많이 소요됐어요. 기술적으로 멋있어야 하니까 그 부분도 엄청 신경 썼고요. ‘고릴라가 싸우는 모습은 아마 저럴 거야’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마블 액션처럼 할리우드 액션을 할 수도 없잖아요. 정말 고릴라들이 싸우는 것처럼 연출했죠.”
한중 합작영화다. 한국과 중국 관객의 정서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고충은 없었을까.
“영화 자체가 한국 배경이니까요.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한국이죠. 한국 배우들이 다 등장하고요. 애초에 국경을 넘어선 이야기를 만들자는 게 제 소망이었죠. 다행히 일반 시사의 반응은 좋았던 것 같아요. 어디에 편중된 영화로 보지 않으시더라고요.”
김용화 감독의 영화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휴머니즘이다. 김 감독은 “굳이 어려운 감정들을 영화관에서 느껴야겠나?”라고 반문했다.
“영화에 휴머니즘 빼고 뭐 있겠어요. 어두운 메시지와 감정을 굳이 듣고 싶어하지 않잖아요. 두 시간 동안 관객 개인의 시간을 낸 만큼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힘들어야 하나요? 물론 저 역시 즐거움만 추구하는 건 아니에요. 즐거움과 재미가 있는 제 영화를 본 뒤 정서적인 먹먹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죠.”
# 삶, 실패도 실패라 할 수 없는 것
‘미스터 고’는 세계적으로 발을 뻗는 영화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에서 개봉한다. 김 감독은 “2차로는 미국과 일본으로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은 규모로 만든 영화가 아닌 만큼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되고 싶어요. ‘국가대표’ 때 다른 나라의 반응이 어땠는지 아시죠? 너무 과도한 감정이 들어 있다고 했어요.(웃음) 이번 ‘미스터 고’는 그런 소리를 듣지 말아야겠죠. 하하.”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비터스윗’(Bitter Sweet) 엔딩을 좋아한다고 했다. ‘미스터 고’의 결말은 김 감독의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실패도 실패라 할 수 없는 게 삶인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영화는 ‘비터스윗’을 많이 써요. 그걸 비극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이번 ‘미스터 고’ 역시 마찬가지죠. 웨이웨이 입장에서는 가장 소중한 것과 함께 있는 거겠죠. 예상하는 엔딩이 있겠지만, 지금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스타 감독 김용화. 그를 동경하는 이들 역시 많다. 그런 그에게 감독 지망생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하니 “감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백조처럼 발을 엄청나게 저어야 해요. 이 자리를 빌어서 솔직히 말하는데 저는 영재가 아니에요. 그저 일복이 좋은 거죠. 죽을 것 같이 열심히 했어요. 저 혼자만 열심히 한 게 아니라 스태프들과 함께요. 인간관계를 중요시 했죠. ‘미스터 고’도 함께 만든 영화에요.”
김용화 감독은 17세 연하의 일반인 여자친구와 5년 째 교제 중이다. 미술을 전공했고, 상당히 아름다운 용모를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떄론 엄마 같고 누나 같아요. 나이 차가 많이 나도 남녀 관계는 다 똑같죠. 남자들이 나이 들었다고 연애 방식이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요.(웃음) 굉장히 성숙한 친구에요. 링링처럼 ‘아가페’적인 사랑을 여자친구에게 주고 싶은 마음 뿐이죠. 조만간에 꼭 좋은 소식 들려 드릴게요.”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