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 없앤 자연발효 화장품 차별화 ‘숨37’ 매출 1000억 돌파
슬로쇼핑 10꼬르소꼬모 인기몰이 코오롱 재활용 의류 ‘R라벨’ 판매 속도전에 지친 현대인 힐링 바람
‘힐링(healingㆍ치유)’이라는 단어가 흔히 쓰일 정도로 지나친 경쟁과 속도전 위주의 삶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유통가에도 ‘슬로(slow) 트렌드’가 번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슬로 트렌드는 빠르게 소비하고 버리고, 다시 빠른 소비로 이어지는 형태의 쇼핑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다. 전반적인 문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환경을 돌아보자는 메시지도 담고 있어서 친환경적인 쇼핑으로도 연결된다.
최근 미용시장에서 주목받는 트렌드는 ‘슬로 뷰티’다. 지난해부터 유행처럼 쏟아져 나온 자연발효 화장품이 대표적 사례다. 자연발효 화장품은 인공 첨가물이나 인위적인 방법을 가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저절로 발효된 성분을 이용해 만든 화장품이다. 인공향이나 방부제 등이 들어있지 않아 피부에 자극이 없고 가볍게 스며드는 것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의 자연발효 브랜드 ‘숨37’은 80여가지 유기농 식물을 해발 1000m 고도의 땅 속에 숯을 깔고 1년 동안 자연발효시켜 얻은 천연발효성분을 이용했다. 브랜드 출시 초기만 해도 발효 성분의 기능성을 강조했으나, 최근에는 ‘Slow is beautiful(느린 것이 아름답다)’이란 콘셉트를 내세워 ‘슬로 뷰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숨 시크릿 프로그래밍 에센스’는 2009년 출시 이후 1분당 1개꼴로 판매되면서 이달 들어 1000억원 판매를 넘어섰다.
LG생활건강의 설윤복 숨 브랜드매니저는 “빠르게 소비하고 폐기하는 ‘패스트 뷰티’에 지친 소비자 사이에서 느림의 미학을 내세운 브랜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연의 시간에 맞춰 천천히 정성을 들여서 만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우수한 품질 차별화로 인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다른 소비자와 ‘눈치경쟁’까지 벌여야 했던 쇼핑 패턴도 ‘슬로 쇼핑’으로 돌아서고 있다. 제일모직이 국내에 들여온 10꼬르소꼬모가 대표적인 슬로 쇼핑 공간이다.
10꼬르소꼬모는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이자 에디터인 카를라 소차니가 기획한 편집매장으로, 밀라노와 서울 청담동ㆍ롯데에비뉴엘 등 전 세계를 통틀어 3곳에만 있다. 10꼬르소꼬모는 패션과 뷰티, 리빙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놓은 공간과 더불어 서점, 갤러리,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방문객이 예술과 디자인을 한 공간에서 여유있게 감상하고 다양한 문화를 즐기도록 하는 슬로 쇼핑 공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꼬르소꼬모를 롯데에비뉴엘에 선보인 것도 슬로 쇼핑의 미덕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10꼬르소꼬모는 한 도시에 한 개 이상의 매장은 내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지만, 서울에는 이례적으로 두 개의 매장을 뒀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빠르게 소비하고 버리는 ‘패스트 쇼핑’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명동에 슬로 쇼핑의 미덕을 소개하자는 의도가 있었다”며 “방문객은 10꼬르소꼬모 안과 밖을 경계로 극명한 쇼핑 패턴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면서 슬로 쇼핑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패스트 패션의 대표 격인 SPA(기획ㆍ제조ㆍ유통 일괄 의류업체)와 반대되는 콘셉트로 ‘슬로 패션’이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을 저렴한 가격의 의류로 소비하고 다음 트렌드로 빠르게 넘어가는 식으로 쇼핑 패턴이 발생한다. 자연히 한 철 입고 버려지는 옷이 많아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곤 한다.
코오롱FnC는 지난해부터 슬로 패션의 일환으로 ‘R라벨’을 선보여왔다. 판매가 부진해 재고가 된 의류를 다시 염색하거나 디자인을 변형시켜 새롭게 만들어 판매하는 ‘재활용 의류’다.
코오롱은 R라벨을 선보이면서 “손쉽게 사고 버리는 소비 행태를 바꾸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