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10~11일(현지시간)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사이버 안보, 인권 등 다른 주요 현안에선 총성없는 ‘舌(설)의 전쟁’을 벌였다. 양측은 가시돋힌 독설과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다.
먼저 미국이 사이버 해킹, 지적재산권 침해문제를 제기하며 선제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개막사에서 “미국 기업이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노골적인 중국의 사이버 절도는 도를 넘어선 것이며 중단돼야 한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정부가 지원하는 사이버 지적재산권 침해사건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쪽 대표인 왕양(汪洋) 부총리는 “중국 체제의 근간을 흔들거나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문제에 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은 지난달 미 중앙정보국(NSA)의 불법 전자감시프로그램 ‘프리즘’을 폭로하고 홍콩에 피신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도 설전을 전개했다.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과 홍콩 당국의 스노든 문제 처리 방식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이는 양국 간 신뢰를 쌓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저해한다“고 중국의 신경을 건들였다.
그러자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국 정부는 법대로 했을 뿐이며 홍콩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반격했다.
위안화 환율문제를 놓고서도 양보없는 논쟁은 전개됐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위안화 개혁은 중국이 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런 개혁은 쉽지 않겠지만 늦어질수록 위험은 커진다“고 훈수했다.
이에 왕양 부총리는 “비판을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중국의 근본적인 시스템이나 국익에 해가 되는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밖에도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 영토분쟁 등을 거론했고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강화 움직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가시돋힌 설전도 벌어졌지만 뼈있는 농담도 나와 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개막사에서 왕양 부총리는 ”부부 사이에 말다툼이 있고 이견도 있겠지만 얼마전 이혼한 루퍼트 머독처럼 미·중은 이혼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최근 미디어 재벌인 머독이 중국계 여성인 웬디와 이혼하면서 거액의 위자료를 지불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왕 부총리는 “세계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 간 대화가 대립보다 낫고 말다툼이 전쟁보다 좋았다”면서 이번 경제대화에서 협력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한편 양국은 이틀간 진행된 이번 대화에서 투자협정(BIT) 체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간 투자협정 체결 협상은 지난 2008년 시작됐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지지부진상태였다.
중국 측은 신속한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외국기업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하이(上海)에 시범 자유무역지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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