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과중한 업무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교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 심우용)는 육군 소위로 근무하다 자살한 A 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8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ROTC로 입대해 2009년 경남 김해의 한 부대로 발령받은 A 씨는 인사장교에 파견됐다. 임관한 지 6개월밖에 안되는 소위에게는 버거운 참모 보직이었지만, 그의 직속상관은 다루기 만만하다는 이유로 편법적인 인사를 했다.
하지만 인사장교 업무는 초임장교로서는 과중한 것이어서 A 씨는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먹듯 해야 했다.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 일의 성격 탓에 근막염까지 얻었다. 평소 활달하고 배려심 많던 성격의 A 씨 얼굴에서는 이내 웃음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직속상관은 A 씨의 업무 수행이 미숙하다며 수시로 다그쳤고,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폭언을 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
결국 A 씨는 2010년 11월 평소와 같이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후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차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일반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이 중시되는 군대의 특성상 장병 개인이 체감하는 고통이 일반 사회의 그것과는 다르다”며 “국가는 장병이 복무기간 동안 건강한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배려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 없이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한 점 등을 참작해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