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ㆍ김훈일 인턴기자] 서울 구로구에 사는 A(44) 씨는 이달 초 황당한 일로 인근 경찰서를 찾았다. 베트남 출신 아내 B(26) 씨 명의로 단말기 대금과 105만에 이르는 요금 폭탄이 떨어진 것. 아내로부터 “지난해 외국인등록증을 분실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A 씨는 ‘누군가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판단, 경찰에 신고했다.
다른 사람 명의를 도용해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통신 3사에 접수된 휴대전화 명의 도용 건수는 2011년 3809건에서, 2012년 391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도 지난 6월말 기준으로 2812건에 이르는 등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명의 도용으로 인한 불법 휴대전화 개통이 끊이지 않는 것은 개인정보 관리 소홀의 탓도 있지만, 다른 사람 신분증으로도 어렵지 않게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대리점에서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분실된 신분증으로 개통시켜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A 씨처럼 명의도용으로 휴대전화 요금폭탄을 맞았을 경우 미래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신이용자 보호센터를 통해 피해액을 구제받을 수 있다. 통신이용자 보호센터는 ‘본인확인미비’ 등의 과실을 따져 통신사 등에 피해액을 물리는 절차를 밟는다. 미래과학부 관계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돈이 빠져나갔다면, 100% 구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실된 신분증은 휴대전화 불법 개통뿐 아니라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지난 5월에는 충남 천안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구한 도난 주민등록증으로 통장을 발급받아 400여만원을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신분증뿐 아니라 통장이나 카드 등에 담긴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다양한 금융 사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