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ㆍ양대근 기자]“경쟁적인 수수료 인하로 제살깎아 먹기식 영업만 치열해지고 있어 공멸하지 않을까 두렵다.”

증권업계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대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한 채 사지(死地)에 내몰리는 형국이다. 62개 증권사들이 수수료 경쟁에만 매달려온 것이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증권사마다 비용절감안을 내놓고 있지만 돌파구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수수료 인하를 유도했던 정부가 뒤늦게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업계 전반의 획기적인 구조조정과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증권업 불황이 자본시장 침체로 이어져 국가경제 활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대 증권사 중 하나인 A증권사는 향후 5년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로는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자산관리쪽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시장침체로 금융상품이 안팔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2012년 4월~2013년 3월) 62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1조2410억원으로 전년대비 44%나 줄었다. 올해 1분기(4월~6월) 순이익은 11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6% 급감했다. 주식시장 침체가 가장 큰 이유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8000억원으로 2010년 7조9000억원보다 37%나 줄었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유입 및 신규 수익창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생존경영이 화두가 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경쟁심화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도 인원감축, 연봉삭감, 지점축소 등 전방위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지점의 90%이상은 목표수익을 못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위탁매매수수료 인하는 물론 투자은행(IB)업무 수주까지 덤핑공세에 나서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동일 계열의 복수증권사 설립을 허용토록 해 중소형 증권사들간의 인수합병과 영업양도가 이뤄질 수 있는 물꼬를 텄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마저 “업계가 아직 관심이 없다”고 할 정도로 분위기는 냉랭하다.

중소형 증권사 매물도 현재 10여개나 나와있지만 진척이 거의 없다.<본지 26일자 18면 참조>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계약을 한 곳마저 계약금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돈다”며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오는 29일부터 대형 증권사들이 IB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각종 규제는 그대로여서 신규 업무는 시작도 못하는 형국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수료는 대형 증권사가 선제적으로 올려야 하고, 기업대출 등을 가로막는 NCR은 낮추는 등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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