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매매가만 최대 2조원대로 추정되는 ‘공룡매물’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작업이 지난주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F&I 등 우리금융지주 산하 계열 자회사도 함께 묶어서 매각하는 작업입니다.
매각방식은 ‘4(증권·생명·자산운용·저축은행)+1(파이낸셜)+1(F&I)’로 제시됐지만 상황에 따라 모두 쪼개팔수도 있다고 합니다. 매각 예상가는 약 1조5000억~2조원으로 추정됩니다.
핵심은 우리투자증권을 누가 인수하느냐는 것입니다. 우리투자증권은 대우ㆍ삼성ㆍ한국투자ㆍ현대증권과 함께 ‘빅 5’의 대형증권사입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고객자산(138조원)으로는 국내 증권사 1위, 자기자본(3조4839억원)으로 2위입니다.
큰 매물이지만 정부의 매각 의지가 높기 때문에 팔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는 비싼 가격에 최대한 빨리 팔아 ‘가격과 시간’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입니다.
벌써부터 KB금융과 농협이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나섰습니다. 두 금융지주 모두 비은행 부문을 강화한다는 목적에서입니다.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증권업계 수위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두 곳 말고도 시장에서 거론되는 잠재후보자는 여럿 있습니다.
인수자와 관련해 새로운 시각도 있어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인수자가 굳이 금융지주사 등 금융사에 국한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최근 만난 금융투자업계 한 최고위 관계자는 “금융그룹으로 들어가서 제대로 큰 증권사가 없는 것 같다. 금투업 자체가 은행과는 전혀 다르다. 금투업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데 은행이 중심인 지주사 밑으로 가면 치열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스케일이 큰 대기업이면 아무래도 (인수)가격도 높게 써내지 않겠느냐”고도 했습니다.
은행이 다소 관료적이고 보수적인인데 혹시 증권사를 인수해 은행쪽 사람들이 투입된다면 증권사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게 말의 요지입니다. 요즘처럼 창조경제, 창조금융이 부각될 때는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창조해나가야 하는데 자칫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계열로 가면 파이팅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5대 증권사의 모 고위임원 역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 계열의 자본이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요지는 국내 증권업계의 경우 삼성ㆍ현대ㆍ한화투자ㆍHMC투자(현대차그룹)ㆍ동양ㆍSKㆍ하이투자(현대중공업그룹) 등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있기는 하지만 자본력이 큰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가 더 나와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기업의 금융투자가 늘고 자연스레 빅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자본시장 전반의 발전도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사실 62개 증권사가 난립한 국내 증권업계는 대기업계열 증권사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습니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거나 예전부터 증권을 전문으로 커 온 회사들이 더 많습니다. 이들 증권사 가운데 요즘처럼 어려울 때도 나름 잘 하는 곳도 있지만 자본력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물론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있습니다. 특정 인수 후보자를 폄훼하거나 거론되는 잠재 인수후보자를 지지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이들 또한 우리투자증권 매각작업의 이해관계자가 아니며 수십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몸답으며 시장발전을 오매불망 바라는 이들입니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관점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자본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염두에 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우리투자증권이 새로운 주인을 잘 만나 인수자는 물론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 전체가 동반 발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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