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5회> 감추어진 승부 29
“전당포 개업한지 겨우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부상자가 여섯 명이나 나왔어? 이러다가 오명 찍히는 거 아냐?”
“그러게 말입니다. 그동안 파리-다카르 전당포에서 죽은 사람들이 몇 명이지요?”
“물론 40명이 넘지. 하지만 여태까지 치러진 파리-다카르 전당포의 모든 경기를 통틀어서 죽은 인원이야. 이 추세로 가다간 우리가 기록을 넘어설지도 몰라.”
상하이에 자리 잡고 있는 행정본부에서는 행정 요원들 간에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랠리 대회를 전당포라고 칭한 이유는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목숨을 저당 잡힌 위험한 경기라는 뜻일 것이다.
이번 5개국 관통 랠리 대회는 시작 전부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고조되었던 게 사실이다. 선수들 중 과반수가 나이 50세를 넘긴 고령자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FIA에 정식 등록된 경기도 아니었으므로 머신의 안전등급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예산상의 문제로 인하여 테러 방지를 위한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큰 걱정거리였다. 오로지 중국 공안에 소속된 테러방지 부대가 방어를 도맡았을 뿐인데, 그 인원이 몇 명인지, 장비가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아랍의 이상한 친구가 한국 선수를 죽이러 왔다고 떠들어댔다며?”
“그게 처음엔… 한국에서 온 여자 골프선수를 성폭행하려다가 들통 나니까 제 멋대로 소설 쓴 거라고 알려졌는데요…”
“그 아랍 친구는 재미 좀 봤나?”
“알고 보니 여자 골프선수가 그 아랍 친구를 따먹었다네요.”
“그으래? 앗따! 요즘 여자들 무섭지. 여자들에게 잘못 대들었다간 신세 조진다고. 그래서 그 아랍 친구는 어떻게 됐어?”
“무죄니까… 랠리에 출전 중이겠지요.”
“여자는?”
“어벙한 놈 낚으려고 어디선가 거미줄 쳐놓고 있겠지요, 뭐.”
행정요원들은 안전에 관한 중요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대충대충 흘려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5개국 관통 랠리 대회가 그리 녹록한 경기는 절대 아니었다. 첫날, 평균해발 4000m에 이르는 친링산맥은 어찌어찌 잘 통과했다고 치자. 하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위험고비가 산적해 있었다.
당장 오늘부터 좁은 길이 900㎞나 이어지는 ‘하서주랑’을 달려야 하고, 선수들은 그 긴 구간 동안 단조로움에서 비롯되는 착시를 이겨내야만 할 것이다. 닝샤후이족 자치구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잔돌을 깔아놓은 구간과 모래바람이 날리는 구간을 역시 통과해야만 할 것이다.
정작 문제는 ‘둔황’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지옥처럼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야 하고, 명사산의 모래언덕에 파묻히기도 할 것이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을수록 점점 모래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 개미지옥과 같은 그곳.
란저우 근방의 천혜협곡인 ‘류자샤’의 밤은 그러나 아직 평온하기만 했다. 하늘에는 푸르른 달이 선명히 걸려있었고, 은가루를 뿌린 것처럼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야. 별이 빛나는 밤, 위대한 화가 고흐가 미치도록 좋아했다는 푸른 하늘의 별밤.’
로열골드의 정비를 마친 권도일은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는 중이었다. 그는 이 류자샤 협곡에 강유리와 예원희, 그리고 재벌2세가 도착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기필코 내일 중에 유호성을 반신불수로 만들고야 말리라는 각오를 새로 다지며 그는 조용히 홑이불을 끌어 덮었다. 푸른 하늘에 별이 유난히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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