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특허지체로 ITC 압박 예비 무효판정특허 몰아붙여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관철

애플 오바마 거부권에 판매재개 美서도 “일관된 잣대 없다” 비난

‘애플은 삼성이 프랜드 의무를 위반했는지 입증하지 못한 반면 삼성은 348특허에 대해 널리 라이선스를 제공했다.’(아이폰 수입금지에 대한 미국 ITC 소견서)

‘우리는 2010년 멀티터치 특허(미국 특허번호 7,479,949)를 재심의해달라는 애플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재심의 끝에 애플 특허가 무효라고 잠정적으로 판정한다.’(미 특허청의 949특허 예비 무효판정 발표)

애플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완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나왔던 미 정부기관의 입장 일부다. 애플이 수입금지 판정을 받고도 대통령 거부권 덕에 아이폰 판매를 재개하고, 특허 효력이 의심되는데도 삼성 제품을 수입 금지하기까지 정부 주요기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미국 특허 및 법조계에서는 이번 ITC 소송이 애플의 논리와 주장대로 종결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아이폰 수입금지 판정에 대한 ITC 소견서에 따르면 ITC는 애플이 ‘역(逆) 특허지체’의 잠재적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특허지체(Patent hold-up)는 특허권자가 프랜드(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비차별적 특허 제공) 규정에 해당하는 필수 기술을 제공하기로 해놓고 의도적으로 이를 지체하며 약속된 금액보다 더 많은 로열티를 요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ITC는 애플이 이 특허지체를 역으로 이용하는 입장(reverse patent hold-up)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ITC는 “특허지체를 역으로 이용하는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프랜드 위반을 들어 특허 사용자(애플)가 특허권자(삼성)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며 “이는 특허권자로 하여금 권리 보호를 위해 높은 비용의 소송을 감당하게 하고 나아가 수입금지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즉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로열티 협상을 피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에 특허지체 혐의를 씌워 향후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려고 역 특허지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ITC에 “348특허가 유효하고 우리가 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항소법원 판결 전에 삼성에 그 어떤 로열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서를 제출했다. 348특허는 ITC가 애플의 침해를 인정한 삼성전자 표준특허다.

하지만 ITC는 삼성전자에 특허지체 혐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ITC는 삼성전자가 348특허를 30개 이상 기업에 라이선스로 제공했다며 프랜드 선언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이를 종합해 ITC는 “애플은 삼성이 프랜드 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삼성의 특허지체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ITC 입장에도 미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애플이 시도했던 역 특허지체가 어느 정도 통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특허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또 최종 무효 판정을 앞둔 949특허를 인정하며 삼성 제품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이번 ITC 판정 또한 석연찮다는 지적이다. 949특허는 스마트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멀티터치 기술이지만 미 특허청은 지난해 말 예비 무효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ITC는 949특허를 인정하면서 삼성전자 침해 범위가 넓어지고 수입금지 제품이 늘어나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 이번 ITC 소송에 일관된 잣대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NGO단체 국제지식생태계(Knowledge Ecology International) 총괄 제이미 러브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과 미무역대표부는 특허소송에서 다른 나라 기업에는 왜 공익이 고려되지 않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률전문블로그 그로크로도 “애플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대통령 거부권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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