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대 고액 자산가가 은퇴 컨설팅을 요청해 왔다. 그의 직업은 ‘주식 트레이더(주식매매를 본업으로 하는 사람)’다. 500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가 15년 후 500억원이 됐다고 한다. 돈으로 돈을 버는 달인, 손해 이력마저 없는, 말 그대로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다. 시장을 이기는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는 주식투자자가 왜 ‘은퇴 컨설팅’을 요청해 왔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은퇴란 돈이 없는 사람들의 문제로 치부한다.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의외의 결과로 돈이 많으나 적으나 ‘돈’ 문제를 낳는다. 돈이 많을수록 그만큼 고민도 다양하고 커진다. 고액 자산가들에게도 100세 시대의 행복한 은퇴 문제는 중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종합적인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그는 주식시장에 개미로 뛰어들었다가 전문투자자가 됐다. 주식전문가로서 기고도 하고 책도 냈다. 젊은 청춘을 주식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부자가 될수록 친구도 잃고 믿을 사람이 없어졌다. 여전히 데이트레이더는 투기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사회적 존경을 받지는 못했다.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학부모 직업 칸에 ‘작가’라고 썼다고 한다. 여전히 그는 모니터 30대가 가득 찬 더운 방 안에서 사회와 단절된 채 살고 있었다. 이만하면 주식매매를 그만두고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장이 서는 낮에 아들과 야구하는 아빠, 학교 등ㆍ하교에 손잡아 주는 아빠이고 싶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결국 은퇴 컨설팅 초점은 재단 설립으로 맞춰졌다. 그는 이제 멋진 아빠로 살고 있다.
남편 없이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반찬가게를 하면서 빌딩 세 채를 가진 할머니가 있었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일을 접었다. 큰아들은 사업으로 벌써 4번이나 부도를 냈다. 어머니를 믿고 사치와 낭비벽이 컸다. 반면 회사원인 작은아들은 자족하며 사는, 성실 그 자체다. 본인 사후에 큰아들은 재산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큰아들에겐 작은 빌딩을, 둘째에겐 형의 미래를 부탁하며 큰 건물을 증여하기로 했다. 다음날, 큰아들은 술을 진탕 먹고 들어와 어머니에게 속상하다며 난리를 쳤다. 할머니는 어디 가서 이런 얘기 못한다며 찾아왔다. 결국 부동산 신탁이라는 방법으로 큰아들의 미래를 보전하는 방법과 함께 종합적인 부동산 증여 계획을 재정립했다.
고액 자산가의 은퇴ㆍ노후 문제는 복합적이다. 부모의 자녀사랑이라는 출발은 같아도, 자녀 간 상속과 증여 다툼이나 세금까지 고민해서 풀어내야 한다. 경제적 궁핍을 제외한 모든 은퇴문제는 고려할 점이 많아 종합적인 관점에서 컨설팅해 주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돈의 적고 많음을 떠나 100세 시대라는 드넓은 바다에 어떤 은퇴라는 배를 띄우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 항해 중에 건강 악화라는 풍랑을 만날 수도 있고, 세금이나 부도라는 폭풍우가 칠 수도 있다. 노후라는 파도를 맞닥뜨리며 사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수백억, 수천억 자산을 가진 거부도 세월 앞에서는 무력하기 마련이다. 100세 시대라는 바다를 건너는 대항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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