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내년부터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국위’을 손상시킬 경우 최대 3년까지 외국에 나가지 못하게 됩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2일 관계부처(외교부, 법무부 등)와 함께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여권 발급제한 대상 확대 계획을 마련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외국에서 성매매를 하다 강제추방된 사람만 여권발급이 제한돼 왔습니다.
심재권 민주당의원이 지난 6월 외교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매매로 검거된 사람은 1319명이고, 성매매 사범으로 강제추방된 사람은 68명에 달합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은 아동 성매매로도 악명이 높은데, 미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2012년)와 유엔 마약 및 범죄국 프로젝트 차일드후드보고서(2011년) 등 각종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인 남성을 동남아지역의 아동성매매 주요 고객으로 분류하기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가끔 외신에서 보도되는 한국인 남성들의 추태를 뉴스로 접하면 같은 나라사람으로서 부끄러워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국민의 부끄러움이 정부부처까지 가 닿은 것일까요. 여가부 등은 성매매로 강제추방된 사람에 국한시켜 적용해오던 여권발급제한의 범위를 내년부터는 강제추방이 아니더라도 ‘국위’를 손상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단순성매매범에게도 적용하겠다는, 꽤나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관련 취재를 하면서 이번에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가 낸 대책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여가부 관계자의 말마따나, ‘국위손상’입니다. 여가부 관계자는“단순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 ‘국위 손상’이 전제되야 한다”고 재차 말했습니다.
도대체 국위가 손상됐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외국에서 성매매 적발 최장 3년까지 외국 못나간다'는 보도자료를 기사화 하면서 여성가족부 관계자에게, ‘국위손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해당 지침을 좀더 구체화 시킬 계획”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국위손상의 예로, 해외에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독일, 호주 등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에서, 그 나라에서도 불법인 아동성매매 등이 아닌 단순성매매로 단속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단순 성매매로 걸려 언론보도가 나는 일도 물론 없을 테구요. 동남아 등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에서 성매매 사범이 적발, 보도로까지 이어져 ‘국위’가 손상되는 경우까지 갔다고 하더라도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성매매로 적발됐지만 ‘조용히’ 넘어간 사람은 여권발급에 문제가 없지만,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성매매 사범의 경우에는 외국에 1~3년간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가부 등 관계부처가 올해 말까지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단순 성매매 사범’과 ‘국위 손상’이 어떻게 엮일지는 두고 볼일입니다. 대책이 촘촘하게 나오길 기대할 뿐입니다.
한가지 더. ‘외국 성매매 적발, 국위손상시 최대 3년까지 외국 못난간다‘라는 기사가 나간뒤, 댓글 등을 통한 반응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여권 발급 제한여부에 대한 댓글들이 꽤 눈에 띄었습니다. 기자는 윤 씨 여권에 대해서도 궁금해져 관계부처에 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씨는 아직 여권 발급에 있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제 출국이 돼야 여권 발급 제한이 되며 윤 씨의 경우 스스로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로써 여권발급 제한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 성추행으로 인한 국위 손상에 있어 여권 발급제한은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윤 씨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달 가까이 침묵을 지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여가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성희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씨에 대한 여권 발급 제한’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