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로컬 9인조 밴드 ‘사우스카니발’ 정규1집 발표

소멸위기 제주방언에 안타까움 제주 문화·일상 음악으로 표현 지역주민들 애정·관심 한몸에 뮤직비디오 방언 교재 쓰이기도 평생 제주서 노래 부를거에요

“도르라 조들지마랑! 도르라 몬딱도르라!(달리자 걱정하지 말고! 달리자 함께 달리자!)”

영국에선 리버풀 사운드, 일본에선 시부야케이 등 이른바 로컬 신(지역 음악)이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로컬 신은 씨가 마른 상황이다.

뮤지션들의 이촌향도 현상이 극심한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 속에서 제주도 출신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은 로컬 신을 지키며 지역색을 강조한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워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도 출신 9인조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이 첫 번째 정규 앨범 ‘사우스카니발’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사진제공=루디시스템]
제주도 출신 9인조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이 첫 번째 정규 앨범 ‘사우스카니발’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사진제공=루디시스템]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사우스카니발의 멤버 강경환(보컬ㆍ트럼펫), 강태형(기타), 고경현(퍼커션), 고수진(베이스), 이용문(테너색소폰), 신유균(알토색소폰), 김건후(트롬본), 석지완(드럼), 이혜미(건반)를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경환은 “뭍사람들이 제주도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섬으로만 인식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제주도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역동적인 곳임을 알리고, 제주만의 문화와 일상을 있는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해보자는 취지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엔 타이틀곡 ‘몬딱도르라’를 비롯해 ‘수눌음 요’ㆍ‘와리지말앙’ㆍ‘바당이 나꺼여’ㆍ‘혼저옵서예’ㆍ‘고라봐야’ㆍ‘느영나영’ 등 10곡이 실려 있다.

상당수의 수록곡들이 제주도 토박이가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제목과 가사들로 이뤄져있다. ‘몬딱도르라’는 ‘모두 함께 달리자’, ‘수눌음’은 ‘품앗이’, ‘와리지말앙’은 ‘나대지 말라’, ‘바당이 나꺼여’는 ‘바다는 나의 것’, ‘느영나영’은 ‘너랑나랑’이란 의미를 가진 제주도 방언이다. 그러나 제목과 가사를 독해하는 일은 사실상 번역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이는 우리 고유의 문화가 점점 힘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제주도 방언은 유네스코에 ‘소멸 위기 언어’로 등재돼 있다

강경환은 “불과 20여 년 전까지도 도태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교사들이 표준어를 쓰지 않은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했을 정도로 제주도 방언 말살이 심각했다”며 “다행스럽게도 최근 도(道) 차원에서 제주도 방언 살리기 운동이 이뤄지고 있고, 교사들에게도 방언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도에서 사우스카니발의 인기는 단순한 인디 밴드 이상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 사우스카니발이 뭍으로 나가 쟁쟁한 실력파들을 제치고 EBS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인 뮤지션 육성 프로젝트 ‘K-루키즈’에 선정되자,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지역 지상파 뉴스 채널도 이들의 앨범 발표를 주요 뉴스로 전할 정도로 지역민들의 사랑이 각별하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유치원의 방언 교재로도 쓰이고 있다.

강경환은 “제주도엔 아직도 서울보다 수준이 낮다는 일종의 패배의식이 남아있는데, 우리는 그런 부분을 상당 부분 깼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이젠 제주도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란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우스카니발은 자신들의 롤모델로 반세기 넘게 활동 중인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밴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을 꼽으며 소박하지만 단단한 미래를 다짐했다. 사우스카니발은 “우린 평생을 함께 할 각오로 음악을 하고 있고, 이번 앨범은 그 시작”이라며 “제주도를 떠나지 않아도 얼마든지 남아서 음악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