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1+1’, ‘가족결합 할인’, ‘매월 통신비 지원’…
할인점이나 통신사에 갔을 때 많이 보고 들은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요즘 증권가에도 이런 용어들이 난무합니다. 증권사마다 영업이 어렵다보니 개인 고객들을 잡기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수료 할인이나 면제같은 서비스는 이제 시시한(?) 느낌마저 듭니다. 증권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싸지 유통업체 미끼상품같은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이색적인 이벤트를 선보였습니다. 신규 고객에게 매수한 주식과 같은 주식을 한 주 더 주는 행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주식계좌를 첫 개설한 고객이 주식을 사면 추첨을 통해 같은 주식 한 주를 더 줍니다. 주식 가격 5만~10만원은 20명, 10만~50만원은 5명, 50만원 이상 1명 등 총 176명에게 주식을 줍니다. 예를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산 뒤 당첨되면 140만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하나 받는 것입니다.
할인점에서 같은 상품을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1+1’행사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추첨이긴하지만 운이 좋으면 주식을 하나 더 받으니 실제 현금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혹시 이 상품이 법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관련 규정을 샅샅이 살펴보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KDB대우증권은 최근 ‘가족 결합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여러 가족이 대우증권 계좌에 가입해 돈을 투자하면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SK텔레콤이 가족끼리 묶으면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온가족 할인 서비스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KDB대우증권의 ‘가족 결합 서비스’는 신청자가 2000만원 이상의 잔고를 보유하고 결합하는 가족들이 각각 2000만원 이상 자산 순증이 발생하면 다음달 초 결합 가족당 3만원씩 최대 9만원의 현금을 지급합니다. 예를들어 A가입자가 2000만원의 계좌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A가족 한명이 2000만원이상을 추가하면 3만원을 주고, 한명 더 2000만원 이상을 가입하면 또 3만원을 주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잔고를 계속 유지하면 KDB대우증권의 ‘쿠폰CMA’에 인원수에 따라 10~30%의 추가 적립 포인트까지 줍니다. 서비스 신청자를 기준으로 배우자, 부모, 자녀까지 가입 가능하다고 합니다. KDB대우증권은 할인점의 ‘묶음상품’처럼 금융상품도 이렇게 묶어 가입하면 최대 9만원까지 현금을 지급하는 ‘상품결합 서비스’도 같이 출시했습니다.
매달 통신비를 지원해 주거나 현금을 직접 주는 곳도 있습니다.
LIG투자증권은 LG유플러스 고객을 대상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일정 규모의 매매가 있는 고객들에게 2년간 최대 72만원의 현금을 돌려주는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아울러 LIG투자증권은 11월 8일까지 IBK기업은행에서 신규(주민번호 최초 기준)로 LIG투자증권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는 매월 3만원씩 계좌 개설월로부터 1년간 최대 36만원을 지급합니다. 월 평균잔고 1000만원 이상을 유지하고 매월 100만원 이상 주식 또는 선물ㆍ옵션을 매매한 고객이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LIG투자증권은 SC제일은행과도 9월 30일까지, 국민은행은 10월 25일까지 같은 행사를 진행합니다. 3개월동안 수수료도 무료입니다. 또 IBK기업은행에서 LIG투자증권 계좌를 개설 후 ID를 등록하고, IBK기업은행 ‘ONE뱅킹’에 로그인 완료 고객(선착순 1000명)에게 모바일 주유쿠폰 1만원권을 지급합니다.
LIG투자증권 관계자는 “가입한 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가 늘고 있다”며 “개인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아울러 고객들의 잔고 이자와 거래수수료 등을 따지면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앞서 대신증권은 지난 8월 자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하면 매월 통신비 1만원을 지원해주는 이벤트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KT 휴대전화 사용자가 대신증권밸런스CMA로 통신비를 결제하면 매월 1만원씩, 최대 24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해주는 게 골자입니다. 대신증권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한달만에 무려 9만명이나 되는 CMA 고객을 유치했다고 합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연간 1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금이 발생하는 살아있는 계좌가 10만개 가량 생겼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끌자 KT가 대신증권을 통해 보조금을 변칙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대신증권은 허브계좌성격의 CMA를 통해 다른 상품 마케팅까지 펼쳐 이익을 뽑겠다는 생각이라고 합니다.
증권사들이 이런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이탈현상을 막고자 하는 게 큽니다. 아울러 개인고객들을 유치해 기본거래는 물론 향후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확대할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2030세대’의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차원도 있습니다.
특히 개인들은 본인이 가진 증권계좌의 증권사에서 주식거래도 하고 각종 투자상품에도 가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투자수익이 나서 재투자를 하거나 나중에 재산이 늘어나면 우수고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같은 이벤트를 펼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증권사 한 관계자도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벤트를 통해 확보한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 마케팅을 펼쳐 그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때 카드사가 카드가입자 유치를 위해 여러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좋은 서비스만 취하고 바로 해지해버리곤 했습니다. 이들을 ‘맛있는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체리피커’라고도 합니다. 증권사가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것은 좋지만 혹시 ‘체리피커’만 난무하고 증권사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들도 혜택을 입고 증권사 수익에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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