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너무 힘들어서 골프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 경쟁자 서희경(27·하이트진로)이 버디 퍼트를 놓치고 파세이브로 마무리한 뒤 양희영(24·KB금융)의 버디퍼트 차례가 왔다. 조용히 어드레스한 뒤 툭 밀어친 공은 그대로 4.5m를 데굴데굴 굴러 홀컵으로 얌전히 떨어졌다. 순간 양희영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양희영이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양희영의 우승으로 올시즌 코리안 낭자들은 LPGA 투어 10승을 합작했다.
양희영은 20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서희경(27·하이트진로)과 연장 승부를 벌여 정상에 올랐다.
2008년부터 LPGA 투어에 진출했지만 우승 없이 준우승만 네 차례 기록한 양희영은 생애 첫 우승을 한국에서 일궈내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우승 상금은 28만 5000달러(약 3억원). 특히 2011년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모두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양희영은 다음 주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소속사 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양희영은 17번홀(파3)까지 8언더파에 그쳐 먼저 9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서희경에 1타 뒤져 있었다. 같은 조의 김세영(20·미래에셋)도 9언더파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양희영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버디를 낚은 반면 김세영은 보기를 범해 양희영과 서희경의 연장전이 성사됐다.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서 양희영의 티샷은 오른쪽 러프로 빠졌고 서희경의 티샷은 왼쪽으로 크게 휘었다. 세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 위로 올린 것은 똑같았지만 양희영의 거리가 4.5m로, 서희경의 8m보다 훨씬 짧았다. 서희경이 버디 퍼트에 실패하고 아쉬운 미소를 지은 반면 양희영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생애 첫 우승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국가대표 카누 선수 출신인 양준모 씨와 창던지기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출신 장선희 씨의 딸인 양희영은 “공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드디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고생한 가족들이 생각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양희영은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이 힘들었다”며 “부모님 앞에서 울기도 많이 했고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양희영은 “첫 우승을 일궜기 때문에 이제 두 번째 우승을 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1월 결혼을 앞둔 서희경은 2010년 3월 KIA 클래식 이후 3년7개월 만에 LPGA 투어 2승째를 노렸으나 정상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다. 서희경의 ‘예비신랑’은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외환은행에 다니고 있어 우승문턱에서 좌절한 아쉬움이 더 컸다.
재미교포 미셸 위(24·나이키골프)가 김세영, 수잔 페테르센과 함께 8언더파 208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날 1타를 잃고 최종합계 이븐파 216타를 기록, 공동 28위에 올랐다. 이로써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박인비와 페테르센의 간격은 다소 좁혀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 페테르센이 9점을 보태 222점으로 290점의 박인비와의 간격을 줄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박지은(34)은 23오버파 239타로 출전 선수 78명 가운데 77위로 마지막 대회를 마쳤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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