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 감추어진 승부 (74)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아니, 얘들은 또 왜 이래?”

모리타니아 병사 두 명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긴 구호요원들은 이번에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두 명의 병사들 역시 군복 윗도리를 훌렁 벗어버린 채 알몸으로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리타니아 병사들도 ‘블랙 이글스’에서 N-Dos의 특공 소령이 살포한 신경 독가스를 흡입했을 것이다. 아프리카 병사들이라고 해서 독가스에 적응할 유전인자라도 있나? 그들 역시 목이 타들어가는 통증을 느꼈을 것이고, 가슴이 답답했을 것이고, 그래서 옷을 벗었을 테고, 그러다보니 두려움이 엄습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둘이 끌어안게 되었을 것인데.

문제는 그 두 명의 병사가 건장한 남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제 하다못해 게이들까지 사막에서 설치네?”

“얘네 들도 말짱하게 살아있습니다. 다친 데도 없어요. 신경 끄자고요.”

“아이고, 뻔뻔스럽다. 모래벌판이라 아무에게도 안 들킬 줄 알았나보지? 저 바다 건너 코리아엔 이런 속담이 있다더라.”

“무슨 속담 말입니까?”

“낮거리는 새가 보고, 밤의 교성은 쥐가 듣는다… 던가?”

헤럴드 경제 연재소설 <알리바바 傳> 850회;뜨거운 곳에서 더 뜨거운 짓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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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요원들 간의 분위기가 대충 이렇더라는 말이다. 하여간 그들은 이쯤에서 상황을 종료하고 800m 쯤 전방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쇼를 보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찰떡처럼 들러붙어 있는 두 명의 모리타니아 병사들 몸에 모래를 덮어주기도 했다. 남자끼리지만, 하시던 연애나 잘 하시라고 이불까지 덮어준 셈이라고나 할까?

구호요원을 태운 헬리콥터는 순식간에 강유리가 퍼포먼스를 벌이는 곳으로 향했다. 헬리콥터가 나지막하게 다가서자 클래식 카들이 줄지어 원을 그리고 서있던 곳에는 엄청난 모래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헬리콥터에서 부는 바람이 얼마나 셀까? 진흙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는 요동치며 펄펄 날기 시작했고, 주위는 삽시간에 메뚜기 떼가 훑고 지나가는 벌판처럼 변해버렸는데… 문제는,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로라하는 갑부들이었다는 점이다.

한 때, ‘늬들이 게 맛을 알아?’ 라는 광고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듯이… ‘늬들이 갑부의 생리를 알아?’ 라고 물어봄 직도 했을 것이다.

갑부의 생리는 유독 별다르겠지. 아마도 그들은… 자기네가 일으키는 모래먼지는 참아낼 수 있어도, 남이 일으키는 모래먼지는 죽어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왓 테러블! 오우, 노우!”

그 많은 갑부들은 구호용 헬리콥터가 미처 지상으로 내려서기도 전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엔진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고막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둥, 모래먼지가 눈까풀을 헤집고 들어오면 3개월 이상 일을 작파하고 안과에 다녀야 한다는 둥, 프로펠러 바람에 시가 1만 불짜리 맞춤가발이 손상될 것이라는 둥… 난리였다.

하지만 헬리콥터 안에 타고 있는 구호요원들이 그 불평을 전해들을 수 있을까? 구호요원들은 오로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어째서 랠리 경기 코스 안에 수많은 차량들이 원을 그리고 둘러 서있을까? 멀리서 보니 무슨 쇼가 벌어지는 것 같기도 한데… 쇼의 주인공이 비키니 차림의 여자인 것 같기도 한데…

드디어 헬리콥터가 사막 위로 내려섰을 때, 박수를 치거나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던 수많은 갑부들은 거의 대부분 자동차 안으로 피신 한 상태였다. 동작이 굼뜬 몇몇 노인들은 미처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고개만 차량 안으로 들이밀고 숨어있는 형편이었다.

갑자기 그 주변은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출현한 황야의 벌판처럼 보일 뿐이었는데… 그 와중에 자동차 지붕 위에 우뚝 서서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 달랑 두 조각으로 이루어진 비키니 옷 위에 하얗게 모래먼지를 뒤집어쓴 동양 여자와 그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또 다른 동양여자의 모습이 구호요원들 눈에 온전히 보일 리 만무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