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2> 감추어진 승부 (66)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나시 족 아가씨 분 냄새에 취해서인가? 옆에서 울려대는 교성소리에 넋이 빠져서? 3류 감독은 분위기며 무드 잡는 일 따위는 몽땅 건너뛰고 본격적인 상열지사로 돌입하기 위해 바지부터 벗기 시작했다.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이나 바지를 벗지 않았나. 애초에 나시 족 아가씨와 만나서 한 번, 곤장 맞을 때 다시 한 번, 그리고 지금.
‘역시 산비탈에 사는 아가씨들이라서… 좋단 말이지? 흐흐흐.’
이런 생각을 하며 상대방의 옷을 벗기려니 감동에 젖어 손끝이 바들바들 떨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감독으로 행세하면서 아가씨들 옷을 족히 스무 명 쯤은 벗겨본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독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아무래도 옆에서 들려오는 강준호의 우렁찬 교성 때문일 터였다. 나시 족 아가씨들이 얼마나 일품이기에 천하의 바람둥이가 저토록 못 견뎌 하는지…
“아이고 탐스럽도다. 눈이 다 부시구나!”
비록 상대가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상열지사에 임해서 립 서비스부터 제공하는 일은 한량들의 기본이었다.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같은 여자들도 예쁘다고 하면 자지러지는데… 그렇게 침을 발라 놓아야 상열지사의 진도가 팍팍 나가는 법인데… 예쁘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알아먹질 못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3류 감독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나시 족 아가씨의 무장 해제 된 젖가슴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방금 둥우리에서 꺼낸 달걀은 프라이팬에 깨놓으면 마치 노른자가 흰자 밖으로 굴러나갈 듯이 탱글탱글, 신선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를테면 나시 족 아가씨의 무장해제 된 젖가슴이 꼭 그와 같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월야침침 야삼경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도 눈이 부실 정도인지…
“내가 예로부터 염복이 많았느니라.”
말이 통하지 않은들 어떠랴? 3류 감독은 제풀에 겨워서 혼자 떠들고, 혼자 바지를 벗고, 혼자 치마를 벗겨냈다. 단추만 풀어져 있던 윗도리와 브래지어를 혼자 벗겨내고, 또다시 혼자 속치마를 벗겨내고, 혼자서 그녀의 삼각형 쪼가리를 벗겨내자… 흐미! 그녀의 토실토실한 육체가 야광처럼 빛나고 있질 않은가.
“내가 영화감독 20년에 너처럼 예쁜 몸은 처음 본다. 흐미… 죽이는구나.”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이제 막 꼴뚜기 짓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정색하며 말을 되받는 게 아닌가.
“영화… 캄독이세여? 영화 찍어여?”
이게 뭔 소리지? 3류 감독은 놀라 입을 떠억 벌렸다. 비록 유창하진 못하더라도 띄엄띄엄 내뱉는 말이 귀에 익은 한국말임에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너… 우리 말 할 줄 알아? 그러면서 여태껏 속이고 있었던 거야?”
“쬐끔 알아여. 당신 영화 캄독이면… 우린 땡 잡았세여.”
“땡 잡았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우리 나시 사람… 전통 있세여. 처녀사람이 아저씨사람한테 속아서 잠자면… 그 아저씨사람하고 같이 살아야 해여. 아저씨사람 속이고 나서 도망 못가여. 나는 이제 아저씨시람 마누라 돼여. 그러면 나도 한국 가서 영화캄독 돼여.”
“뭐라고? 뭐가 어째? 내가 너를 속였다고?”
“내가 일러바치면 아저씨사람 도망 못가여. 동파만신원… 결혼식장하고 똑같은 데예여.”
“그러니까 뭐냐? 내가 널 속이고 함께 잤으니까… 너와 내가 결혼해야 한다는 거냐?”
“딩동댕! 아저씨사람 똑똑해여. 우리 엄마한테 가여. 나시 사람들은 여자가 왕초예여. 엄마왕초 허락만 받으면 돼여.”
이게 도통 뭔 소린지… 3류 감독은 두 눈만 두꺼비처럼 껌벅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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