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경기는 모태부터 몸에 밴 특별한 악”
[북데일리] 로마시대 검투사의 삶이 한 권의 두툼한 책으로 나왔다. <로마 검투사의 일생>(2013. 글항아리)는 로마인들의 일상적 축제의 피와 꽃이었던 검투사라는 존재에 프리즘을 들이댄 책이다.영화로 잘 알려진 잔혹한 검투사는 로마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저자는 ‘검투사 경기가 잔인하기만 했겠는가, 모든 로마인이 사디즘적 성향을 보였겠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잔인하다는 한마디 말로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검투사 경기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는 것.
책은 검투사와 로마인의 말을 듣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세세한 면을 파헤쳐보았다. 검투사가 된 과정부터 경기를 관람하는 로마인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관중과 검투사의 삶은 검투사 경기에 심취한 로마인이 자신의 집을 장식한 모자이크와 벽화에서 유추할 수 있다. 또 포도주 항아리나 오일 그릇 표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 테라코타, 죽은 검투사들의 부조와 비문도 좋은 자료다.
책은 상당한 수고 끝에 이룬 저작임을 증명하듯 검투사들의 일생과 로마인들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먼저 검투사에 대해 알려면 누가 검투사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책에 따르면 검투사가 되면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모두 박탈당하고, 천한 노예 신분으로 전락해야 한다. 이 때문에 로마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잃어버려 ‘자발적 거세’라고 말한다. 더는 희망이 없는 터에 마지막으로 택한 직업인 셈이다.
전쟁포로나 범죄자 출신의 검투사보다 자유민 출신의 검투사들의 싸움 근성이 더 강했기에 검투사 양성소 운영자들은 자유민 출신을 더 선호했다. 체격이 좋거나 근성이 보이는 전쟁포로들은 검투사로 발탁되기는 하지만 속박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싸워야하므로 열정이 떨어졌다. 반면 자유민 출신의 검투사들은 사회에서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그래서 관중은 포로로 잡혀와 검투사로 변신한 사람보다 자유민 자원자들의 싸움에 더 흥미를 느꼈다. (본문 중)
원형경기장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야생동물과도 싸워야 하는 이 피의 제전에 여성도 있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싸움을 여성끼리 벌인다고 하여 박진감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루하거나 어설픈 경기를 한다면 관중의 야유로 살아남기 어려웠다. (중략) 체격에 차이가 있는 여성들이 벌이는 경기는 관중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근육으로 다져진 여성이 이길지, 몸집으로 밀어붙이는 여성이 이길지 가늠할 수 없었던 관중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작은 몸집의 여성을 응원했다. (분문 중)
이 싸움을 즐기는 로마인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혹자는 이 같은 살벌한 문화에 대해 당연히 거부감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요즘 격투기 경기는 어떤가. 여전히 일부 팬들에게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검투 경기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이 점은 책을 통해 알아봄직 하다. 1~2세기에 활동한 로마사가 타키투스는 로마인들이 즐긴 대표적인 구경거리 연극, 전차 경주, 검투사 경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로마 시의 아이들에게는 거의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흡수한 것 같은 특별한 악들이 있는데, 그것은 극장에서의 편파성, 전차 경주와 검투사 경기에 대한 열정이다.”
북데일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