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ㆍ양대근 기자] 동양그룹 사태가 수습은 커녕 갈수록 복잡하게 꼬여만가고 있다. 최고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들이 속속 도마위에 오르면서 피해자의 울분이 사회적 공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오너 일가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이어지면서 직원들 자체가 경영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투자 피해 사례가 무더기로 접수되고 감독당국이 금융위기(IMF) 이후 처음으로 동양증권에 대해 무기한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은 원성과 울분만이 판을 칠 뿐 정작 가장 중요한 투자자 피해 구제는 여전히 요원해보인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구입한 개인투자자가 모두 5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동양그룹 오너와 대주주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 미공개정보를 이용,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동양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등 돌린 여론=동양그룹 최고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입가경이다. 동양증권 노조에 따르면 경영진은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전후로 직접 영업창구에 들러 자금 인출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생활비까지 털어 기업어음(CP)를 매입했다”고 사과문에서 밝힌 것과는 상당히 모순되는 행동이다. 이에 여론도 등을 돌렸다.
동양증권 노조는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본사에 들러 직접 본인 명의 예금에서 6억원을 인출하고,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일인 1일에는 자신의 대여금고에서 각종 귀중품을 빼갔다고 밝혔다.
특히 법정관리 신청 전 정진적 동양증권 사장이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동양증권의 영업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직원들의 공분도 커가고 있다. 노조는 7일 변호사와 협의를 미친 후 현 회장 일가를 사기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국회ㆍ감독당국ㆍ채권단ㆍ노조ㆍ투자자 ‘5중 압박’ =투자자와 노조는 물론 여론마저 등돌리자, 동양그룹을 향한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도 지난 2일 대검찰청에 동양그룹을 수사 의뢰한 데 이어 8일에는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주 전체회의에서 현 회장을 비롯해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과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 등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감사가 예정된 오는 17일과 18일에 출석을 요구받게 된다. 금감원도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검사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동양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7일 막대한 회사채·기업어음(CP)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 총수일가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양그룹 총수 일가는 현금을 빼가고 금괴로 추정되는 사재를 빼가는 등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보다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해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보유지분 규제) 강화가 절실하다”면서 “재벌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금융계열사가 편법 동원되지 않도록 칸막이를 원천적으로 쳐주는 제대로 된 금산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권단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양그룹 채권자들은 99%가 개인이고 소액 투자자이기 때문에 법정관리가 진행되면 채권단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대표성 있는 단체를 만들어 채권단에 포함되고자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오는 9일 금감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임의매매’ 의혹에도 피해자 구제, 갈 길 멀어=5만명에 육박하는 개인투자자의 피해 구제 핵심인 ‘불완전 판매’ 논란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금감원의 중간조사 현황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총 7396명(투자액 3039억원)이 ‘금감원 불완전 판매 신고센터'에 피해사례를 접수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전체의 28.8%로 가장 많고, 30대(24.6%), 50대(22.2%) 순이었다. 60대 이상 고령층도 18.8%나 돼, 사실상 50대 이상이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투자금액은 5200만원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나 CP 특성상 고액 자산가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투자자 중 상당수는 50대 이상의 중산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의 피해 구제가 여전히 요원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투자설명서에 서명을 한 경우에는 불완전 판매 입증이 어렵다. 동양증권 직원들이 계열사 회사채와 CP 판매 압박에 못이겨 고객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자산을 고객 동의없이 투자한 ‘임의매매' 의혹이 제기됐으나, 그 후 투자설명서에 서명을 했다면 피해 구제를 위한 입증이 복잡해진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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