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 등 담보로 제공 동양레저, 파이낸셜대부로부터 지난 한달새 자금 대출만 10번
동양그룹이 자매회사인 오리온의 자금 지원 거절 이후 계열사 간 부실 지원에 나선 금액이 1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해 계열사 간 지원에 나서면서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지난달 23일 오리온의 지원 거절 이후 계열사 간 담보 제공 등을 통해 1322억원의 자금을 상호 지원했다. ▶표 참조 특히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동양레저는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지난달 23일 49억원, 24일 20억원 등 잇따라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이틀에 하루 꼴로 자금을 차입했다. 동양레저는 9월 들어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자금 차입 공시를 10번이나 냈고 자금을 빌린 규모만도 429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동양레저는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 데 또다시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이용했다. 지난 8월 30일 동양레저는 20억원을 9월 24일까지 갚기로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차입했고 만기일인 24일 다시 동양파이낸셜대부에게서 20억원을 빌렸다. 9월 4일부터 17일까지 쓰기로 하고 빌린 49억원도 만기가 돌아오자 17일 재차입했다.
사실상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동양레저의 ‘돌려막기’ 창구가 된 셈이다.
계열사 간 막판 무차별 자금 지원은 다른 계열사에서도 나타난다.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인터내셔널은 법정관리 신청 수일 전인 지난달 25일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나란히 동양시멘트 주식 500만주 이상을 담보로 제공하고 (주)동양에 1173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티와이석세스는 동양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으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고객 돈을 끌어모았다. 담보는 계열사가 돈을 꾸는 대가로 제공한 동양시멘트 주식이었다.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만큼 이 역시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동양그룹은 부실 담보를 제공, 티와이석세스를 통해 고객돈을 받아 자금을 융통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에게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안길 것으로 예상되는 동양그룹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비교적 안정적 재무구조를 가진 계열사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계열사 지원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동양네트웍스가 지난 8월 29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456억원에 당기순이익이 134억원에 달한다. 동양시멘트 역시 현재현 회장이 동양생명을 보고펀드에 매각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한 핵심계열사로 재무구조상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회장이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우량 계열사를 법정관리 신청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동양 측은 말도 안 된다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계열 지원에 따른 금융 부담이 늘어났고 다른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가 번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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