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은 문영남 작가의 전작들과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시청자를 울화통 터지게 만드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왕가네’에서는 왕수박(오현경)이다. 남편 고민중(조성하)은 잘 나가던 사업체가 하루아침에 망해 택배로 재기를 노리며 힘들게 살고 있지만, 왕수박은 외제 유모차를 구입하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화려한 생활을 멈추지 않는다.
왕수박은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선’을 넘어선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의 가족들도 온전할 리 없다. 왕수박의 엄마 이앙금(김해숙)은 오히려 비정상적인 왕수박을 편애한다. 반면 열심히 살면서 고생 끝에 집을 장만한 작은딸 왕호박(이태란)에게는 언니 집의 파출부 정도로 취급한다.
이렇듯 ‘왕가네’는 패턴이 대충 읽혀지는 진부한 통속극의 형태를 띤다. 막장 큰딸에 막장 엄마가 세트로 따라붙는다. 시청자들은 “저 친구는 무지하게 짜증나게 만들 것이고~” “누구는 패가망신 할 것이다”는 식으로 대번에 알아차린다.
하지만 이렇게 비정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이 쉬운 이야기를 짜증나게 전개하는 이유와 목적이 있다면 괜찮다. 아직 10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초반부라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단정할 수는 없다.
문영남 작가는 대개 비상식적인 캐릭터를 갈 때까지 가게 하는 ‘버거운 씻김굿’으로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한다. 문 작가의 전작들로 볼 때 오현경도 그런 과정을 밟아갈 것 같다.
‘왕가네 식구들’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시월드’ 대신 등장한 ‘처월드’를 보여주고 있다. 이앙금의 둘째 사위 허세달(오만석)은 철없고 지질한 행동으로 장모의 구박을 받으며 ‘처월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망한 맏사위 고민중도 곧 처가로 들어간다고 하니 본격적인 ‘처월드’를 그려나갈 것이다.
‘왕가네 식구들’의 ‘처월드’는 한마디로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작가는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두고 있다. 고민중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를 위로하는 가족을 한 사람 배치했다. 이앙금의 남편이자 고민중의 장인인 왕봉(장용)이다.
사업이 망해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민중은 “누가 큰 사위 안부라도 물어볼까봐 겁나”, “나도 미치겠어. 친구들이 알아보면 어떻게”라며 장모 이앙금과 나누는 아내의 충격적인 대화를 듣고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고민중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왕봉에게 의지해 오랜만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고민중은 인생선배인 장인에게 동지애를 느꼈고 장인어른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민중의 눈물샘을 터트리게 했다. 참고 참았던 남자의 눈물이기에 더욱 가슴을 울렸다. 함께 눈물을 훔치는 스태프들도 목격됐다고 한다.
실제로도 고민중처럼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서 가족들에게도 외면 받는 가장들이 있기 때문에 고민중의 눈물에 공감한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조성하를 보면서 안쓰러워하고, 오현경과 김해숙을 보면서 열받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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