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라도 친일 행위를 통해 형성됐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국가에 귀속할 수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최규홍)는 친일 반민족행위자 이진호의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친일재산국가귀속결정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선인 최초로 조선총독부 학무국장에 오른 이진호는 조선사편찬위원으로 식민사관을 전파하고 중추원 부의장을 지내는 등 일제에 협력했다.
정부는 2008년 이진호가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특별법에 따라 그 후손이 소유한 경기 고양시 벽제동 소재 임야 2만3000여㎡를 국가로 귀속하는 결정을 했다. 이진호의 후손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진호가 1917년 일제의 토지ㆍ임야조사사업 당시 땅의 소유권을 확인(사정ㆍ査定)받기는 했으나 이전부터 이진호나 그의 조상이 사실상 소유권을 획득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양시 땅이 친일재산이라는 점을 국가가 입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국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진호가 친일행위의 대가로 이 사건 토지를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특별법을 경직되게 해석ㆍ적용할 경우 친일 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 전부를 역사적 실질과 무관하게 친일재산으로 추정해 박탈하는 위헌적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대법원은 “특별법이 일제 강점기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제정ㆍ시행됐다”며 “어떤 재산이 친일행위와 관계없더라도 후손들이 이를 명백히 입증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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