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80년대 언더그라운드 가요계의 거장 ‘가객’ 김현식은 유재하가 죽고 난 3년 후인 1990년, 같은 날 11월 1일에 간경화로 사망했다. 향년 33세.

김현식의 대표곡 ‘사랑했어요’는 사랑을 한 남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강하게 묻어 있다. 사랑하다 힘든 사람이 들으면 위안이 될 정도로 노래는 절절하고 울림은 강력하다. 또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은 감정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도 진한 사랑의 감정에 빠져들게 만드는 노래다.

사랑의 힘든 감정과 외로움을 절절한 노래로 승화시켜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파는 김현식의 유작 앨범 ‘2013년 10월 김현식’이 발매돼 향수에 젖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김현식 음악을 듣지 못했던 신세대들에게도 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초 김현식 노래가 절정기에 있던 80~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40~50대 팬층을 주요 구매자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음원과 음반 발매 이후 기존 ‘김현식 마니아’인 중장년 여성팬들은 물론, 젊은층들로부터 예기치 않은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이후 출생 세대들에게 김현식이란 이름 석자는 잘 모를 수밖에 없고, 비주얼 위주의 댄스음악에 익숙해 있는 신세대들에게 우연히 접한 김현식의 노래는 완전 새로운 장르의 음악처럼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조용필, 세시봉 등 레전드들이 다시 나와 일으켰던 신세대들의 반응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김현식의 음악은 새롭게 소비될 조짐이다. 1980~90년대 김현식, 들국화를 투톱으로 한 동아기획, 조동진을 필두로 한 ‘하나음악’ 등 아티스트형 언더그라운드 음악시장이 새롭게 열리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기대감이다.

신세대팬들은 음원포털 댓글을 통해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떠나가신 아티스트…. 지금 세대에도 김현식의 노래를 듣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오는 날엔 이 노래로 감성 충전을 한다. 너무 좋다’는 글을 남기는가 하면, ‘91년에 피어난 이가 90년에 저버린 이에게’라는 제목으로 ‘김현식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인데 뭔가 찡해지는 목소리네요. 담담한 것 같으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고 해야 되나, 소름이 갑자기 돋는 게 아니라 서서히 돋네요.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정말 좋은 노래를 듣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태어나기도 전에 작고한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는 게 또래들에게 이상하게 비쳐질 수도 있겠다’는 어떤 신세대는 “요즘같이 쌀쌀한 가을이면 고(故) 김현식 님의 주옥 같은 노래들이 더더욱 가슴에 콱콱 박히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물론 ‘김현식 마니아’인 중장년층들은 “받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고 목소리 흐를 때 내 눈물도 흘렀다” “김현식 앨범은 우리의 가슴에 추억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보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아기획의 김영 대표는 “사실 원래부터 7080 또는 8090세대들의 향수마케팅을 생각하고 앨범을 기획한 건 아니다”면서 “김현식 유작 ‘그대 빈들에서’ 가사 가운데 ‘나는 저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았네’라는 말처럼 어떤 권력에도 휩쓸리지 않는 아티스트 위주의 새로운 시장을 열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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