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능가에서 ‘런닝맨(SBS)’은 새로운 이정표로 읽힌다. 관찰예능이 범람하며 시청률을 위협하는 때에도 3년 11개월(2010년 7월10일 첫방송)을 ‘버라이어티 게임쇼’라는 이름으로 꿋꿋하게 버텼다.
“일요일 예능에서 상대는 항상 강하다”는 ‘런닝맨’의 수장 조효진 PD에게도 지난 시간은 다사다난했다. 앞서 폐지된 ‘남자의 자격(KBS2)’이 30%의 경이로운 숫자를 찍을 때 고작 4%(닐슨 코리아 집계)대로 시작했다. ‘진짜 사나이(MBC)’ 등장 이전엔 최전성기였다. 올 한해 최고 시청률은 아시아 레이스를 떠났던 133회분(21.0%)ㆍ마카오 편 ‘금검원정대’였고, 지금은 10% 초반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성적표를 받아보는 아침에는 상심도 하지만 잠시 뿐이다. “시청률에 신경 쓰면 프로그램은 산으로 간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변화에 휩쓸리지 말자”는 그다. 그래도 지난 10일 방송된 171회, 엑소와 류현진의 등장에 시청률은 14.3%로 훌쩍 뛰었다. 저력의 ‘런닝맨’이다.
조효진 PD가 꼽는 ‘런닝맨’의 롱런비결은 세 가지다. 이제는 가족이 된 제작진과 멤버들의 궁합, 기발한 아이디어 전쟁, 그리고 ‘초심’이다.
지난 긴 시간 ‘런닝맨’에선 제작진의 교체가 적었다. 불과 한두명, 초창기 멤버들은 지금까지 주축이 돼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약 4년을 함께 하니 가족같은 돈독함이 생긴 멤버들과의 합은 제작진에게 언제나 신뢰의 대상이다.
문제는 아이템이다. 사실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치열하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기획회의(주로 금, 토요일)는 기약없이 길어진다. 녹화 중에도 아이템은 사정 없이 바뀐다. 녹화(월, 화요일) 후 방송이 나오기까진 2주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 사이에도 할 일은 많다. 편집과 스토리 구축, 웃음더빙과 또 다시 회의의 연속이다. 인내력 싸움을 방불케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데 그런데도 매주 새로운 게임이 튀어나온다. 멤버들은 혀를 내두르고, 시청자들은 기막힐 노릇이다. 게임에 추격전을 더한 ‘예능계의 복합장르’의 등장에 미드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빠르다.
하지만 제작진의 고민이 만만치 않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는 심야예능이라면 추리까지 가미된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으로 혼을 쏙 빼놓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추리가 섞이면 제작진의 개입이 많아지고, 제작진이 개입할수록 게임은 어려워지고, 리얼리티는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주말예능으로 “전체 시청자를 아우르며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는 것이다.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안된다”는 설명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자”라는 유행어를 만든 ‘초능력’ 편은 조효진 PD가 꼽는 일등 아이템이다. 게임과 연출, 멤버들의 3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생각이다.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유치할 수 있지만, 조 PD는 “유치할 거면 제대로 유치해보자”는 생각이다. 여기에 또 ‘보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원칙은 있다. 적재적소에 가미된 CG 등을 통한 “세련된 포장”이다.
치열한 예능 전쟁터에 살다보니 ‘런닝맨’의 롱런에도 주위에선 포맷변경은 없냐는 시선도 보낸다. 조효진 PD는 반문한다. “매주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뭘 바꿔야하냐”고, “다른 걸로 바꾼다면 우리는 더이상 ‘런닝맨’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욕심은 있다. “꿋꿋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 다만 “트렌드가 바뀌고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기존의 틀을 바꾸며 한눈 팔 생각은 없다. 어떻게든 획기적인 시도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관찰예능이라면, 우리는 관찰예능에 대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찾아내 달리는 것“이 ‘런닝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도’라는 판단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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