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61회> 감추어진 승부 85
상열지사에 돌입했으나 옆방 사람들과 박자와 보조를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한편으론 옆방에서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한편으론 옆방보다 오르가슴 상황을 1초라도 오래 끌어야 한다는 승부근성까지 살아났기 때문에 무척 신경 쓰이더란 말이다. 은연중에 옆방 커플과 경쟁이 붙었으니 그들은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교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옆방의 적군 아줌마는 이미 진도에 앞서가고 있었으므로 유호성은 전희를 대충 생략하고 성급히 본론으로 돌입해야만 했다. 옆방에서 황소가 밭을 갈 듯 한 차례 난리를 치른 후에야 이쪽이 절정에 다다르게 되면…아군인 현성애가 지르는 교성소리가 고스란히 옆방으로 새나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야 쓰나. 적군이 몸달아 소리 지를 때 함께 소리 지르고, 적군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 함께 정신 차리도록 하는 것. 그 와중에도 옆방 아줌마보다 1초만큼 길게 현성애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유호성의 임무였다.
이 세상에서 포대자루 벗기는 것처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손끝으로 당기기만 했는데도 현성애가 걸치고 있던 포대자루는 훌렁 벗겨졌다. 인민병원에서 X-레이를 찍다말고 쫓겨났으므로 더 이상 걸친 것이라곤 없었다.
“으어억! 으억!”
옆방에선 신희영이 구토를 시작하고 있었다. 고산증세로 인한 구토는 뱃속으로부터 헛바람만 새나오기 일쑤였다. 연탄가스 마신 것처럼 어찔어찔하면서 명치끝이 답답하지만 막상 토하려고 하면 헛바람과 함께 고통스런 신음소리만 새나올 뿐이었다.
“어머, 옆방 남자가 대한한 사람인가 봐요.”
“어떻게 알아?”
“아줌마가 정신 못 차리고 소릴 지르잖아요. 어쩜!”
현성애가 이런 식으로 감탄할 때마다 유호성은 이를 악물었다. 애초에 그녀의 정신이 몽롱해질 때까지 전희를 베풀어야 마땅했지만, 그 과정을 생략했으니 오로지 허리힘으로 본때를 보여야만 할 터였다.
“제깟 놈이 별 수 있으려고? 자, 간다!”
어쨌거나…서론을 빼먹었어도 본론으로 돌입하니 몸이 달아오르긴 매일반이었다. 유호성이 꼴뚜기짓을 할 때마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 현성애의 눈이 스르륵 감기고 팔과 다리는 노긋노긋 솜처럼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유호성의 손이 그녀의 하복부를 오가며 쓰다듬을 때마다 정신이 하늘로 둥둥 떠오르는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는데….
입맞춰 합창하듯, 혹은 돌림노래를 부르듯 이 방 저 방에서 거의 동시에 교성과 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간혹 메아리가 울려오는 것으로 착각될 만큼 두 여자의 교성은 시간과 높낮이, 탁하거나 맑거나, 고저장단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없을 만큼 똑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릇 현성애는 천국으로 향하는 문을 노크하는 중인 것 같았다. 제풀에 두 다리를 하늘로 향해 뻗고 부들부들 떨거나, 열 손가락을 움켜쥐어 침대시트를 비트는 것만 보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급기야 유호성은 이마에 땀이 뻘뻘 흐르도록 꼴뚜기짓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는데, 오체투지! 3초에 한번 꼴로 그녀의 온 몸에 엎어졌다가 일어서길 수없이 반복했다.
“아으-아으-호성 씨!”
옆방 아줌마건 나발이건 이젠 아랑곳 할 바 아니었다. 반쯤 실성한 듯 감았던 눈을 지그시 뜨고 위를 올려다보면 이를 앙다문 채 용쓰는 유호성의 모습이 보이거나 천정이 빙빙 돌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녀도 이미 혼절상태로 접어든 채 목을 뒤로 젖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말이다.
“잠깐! 지금 옆방 여자가 우리 호성이 이름을 부르지 않았어?”
옆방에서 신희영이 토악질을 하다 말고 깜짝 놀라 물었다. 가뜩이나 고산증세가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병원에 누워있을 아들 유호성이 걱정스럽기도 하던 중에…옆방에서 눈꼴 시게 놀던 여자가 제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니. 세상에나, 혹시 옆방에서 난리치는 연놈 중에 우리 호성이가 끼어있단 말인가?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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