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 시장 급성장…김치의 경제학
1억661만$…지난해 김치 수출액 1억1084만$…지난해 김치 수입액 90% 이상…수입액 중 중국산 비중 766만$…올 8월까지 김치무역적자
“지난주 백악관 텃밭에서 기른 배추(Napa cabbage)로 김치를 담갔어요.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지난 2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는 트위터에 김치 사진과 함께 이렇게 올렸다. ‘미셸 오바마표’ 김치는 배추 2통과 흰 무 1개, 파 1단, 마늘 4쪽, 한국의 고춧가루 5숟가락, 굵은 소금 1컵과 설탕, 액젓, 생강과 간장이 들었고 김치를 담그는 데 4일 정도 걸린다고 소개했다.
주목할 점은 그가 기무치가 아닌 ‘김치(Kimchi)’라고 명확히 표기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도 김치의 유례를 정확히 알고, 담가먹을 정도로 김치는 세계적 건강식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미셸 오바마의 김치 담그는 법 트윗에서는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의 김치를 둘러싼 두 가지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김치가 더이상 담가먹기보다 사먹는 식품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김치의 종주국인 한국이 김치 수입국으로도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포장김치 시장 3년 만에 10% 이상 성장…김치의 가공식품화=김치의 산업화는 김치를 담가먹기보다 사먹는 것을 선호하는 가구가 늘면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장 김치(가정용) 판매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 소비액은 279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2719억원보다 소폭 늘었고, 2010년 2495억원보다는 295억원이나 증가했다.
김치 시장이 확대되면서 포장김치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김치 제조 특허를 놓고 국내 가정용 김치 시장의 점유율 1위인 대상과 식품업계 공룡 CJ제일제당은 최근 특허소송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대상 측은 2004년부터 전분을 끓이지 않고 김치 양념에 같이 넣는 ‘알파화 전분’ 기술을 개발해 제조비용을 절약했는데 CJ 측이 알파화 전분 제조법과 이를 김치 양념에 섞어 김치를 만드는 법 등 2개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억원의 배상금 청구와 문제의 특허가 적용된 김치 생산ㆍ판매 중단 및 제품 폐기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대상은 2006년 10월 두산으로부터 종가집 사업을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대상FNF를 설립했고, 종가집 김치는 포장김치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06년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해 2007년부터 김치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장김치 시장점유율은 대상FNF 종가집이 60% 정도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CJ제일제당, 동원F&B 등이 잇고 있다.
그렇다면 포장김치 시장이 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유통업계는 2010년 이상기온으로 배춧값이 폭등하면서 담가먹기보다 사먹는 열풍이 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경우 배춧값과 포장김치 매출액은 비례한다. 2011년 포장김치 매출은 340억원 정도로 다음해 배춧값이 36.5% 오르자 포장김치 매출이 13% 늘었다.
▶멍드는 김치산업, 수지타산 안 맞으니 수입할 수밖에=문제는 포장김치 산업을 키운 김치 원재료의 수급 불균형에서 오는 가격 변동성이 바로 김치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배추가격이 오르면 포장김치 원가도 오르게 마련인데 오히려 이때 포장김치 수요가 폭증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저가 중국산 김치의 역공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 이제 김치 종주국이자, 김치 수입국이란 표현이 적당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일본을 비롯해 세계 62개국으로 김치 1억660만8000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무게로 따지면 2만8000t에 달한다. 그런데 수입액은 1억1084만2000달러어치로 김치에서만 423만4000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절임배추를 포함해 김치 재료로 수입하는 배추를 포함하면 적자폭은 더 커진다. 배추 수입은 2010년 500만달러에 육박했다가 2011년 200만달러, 지난해에는 90만달러로 조금씩 줄었다. 하지만 국내 배춧값이 급등하면 언제든지 배추 수입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이 김치를 많이 수입하는 곳은 중국이다. 지난해 김치 총 수입액 중 90%(1억1082만6000달러)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사실상 중국에서만 김치를 수입하는 셈이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올 들어 8월까지 국산 김치 수출액은 609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01만달러보다 14.2%나 줄었지만, 같은 기간 김치 수입은 12.4% 증가했다”며 “김치 무역 적자액이 765만8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김치 수입국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 김치가 한국 식당을 점령한 지 오래다. 일단 값이 워낙 싸기 때문이다.
한국 김치의 연간 평균 도매가가 1㎏에 3000원이라면, 중국 김치는 ㎏당 700~800원으로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농식품부의 ‘김치 원산지 미표시 및 거짓 표시로 인한 적발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147건에 불과하던 적발건수는 지난해 821건으로 5.6배나 급증했다.
먹을거리가 다양해지고 서구식 식습관이 번지면서 김치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김치산업의 발목을 잡는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김치 소비량은 1998년 83.8g에서 2011년 68.6g까지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