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기황후’서 첫 악역 도전 백진희

데뷔 5년차 쉼없이 달려왔지만 순둥이로 사랑 받았던 전작들 돌아보면 2% 부족 아쉬움

탐욕에 물들어가는 황후역할 역사 왜곡·연기 논란 있지만 찾아온 기회, 제것으로 만들래요

더이상 착하고 순해빠진 몽현(MBC ‘금나와라 뚝딱’)은 없다. 결혼 후 바가지 긁는 아내로 돌변하기도 했지만, 이만하면 지고지순 캐릭터의 왕좌에 오를 만했다. 일단은 여기까지다. 데뷔 5년차, 배우 백진희의 연기인생에 불현듯 악역 하나가 날아들었다. 지금은 순둥이 ‘단골’이지만 언젠가는 악역을 해보리라는 생각도 했다. 단지 “아직은 좀 급한 게 아닌가” 하는 부담이 함께 왔다.

그래도 “이미 배를 탔다”고 말하는 백진희에게선 고단한 취업준비생(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도, 산전수전 다 겪은 당돌한 의적( ‘전우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천사표 몽현도 진작에 지웠다. 이미 50부를 달려왔지만 백진희는 다시 같은 길이의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었다. MBC 역사드라마 ‘기황후’를 통해서다.

백진희의 쉼 없는 달리기엔 이유가 있다. 연기자로 살았던 지난 5년에 대한 아쉬움이 큰 탓이다. ‘하이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금 나와라 뚝딱’으로 존재감을 재확인했지만 연기 초년생에게 두 작품은 큰 고민으로 남았다. 2년간 만난 작품 안에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후반으로 갈수록 뒷심이 부족했다. 분량은 줄고, 존재감은 자연히 옅어졌다.

“나의 문제인가, 캐릭터의 문제인가 많은 생각을 했어요. 호흡이 길다 보니 연기자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요. ‘하이킥’을 끝낸 뒤엔 굉장히 좌절했고, 자존감도 최저 상태였어요. 그런데 2년간 같은 고민을 반복하다 보니 지금 제겐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어요. ‘나의 한계일까’ 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백진희(영화배우/탤런트)
더이상 착하고 순해빠진 몽현(MBC ‘금나와라 뚝딱’)은 없다. 결혼 후 바가지 긁는 아내로 돌변하기도 했지만, 이만하면 지고지순 캐릭터의 왕좌에 오를 만했다. 일단은 여기까지다. 데뷔 5년차, 배우 백진희의 연기인생에 불현듯 악역 하나가 날아들었다. 지금은 순둥이 ‘단골’이지만 언젠가는 악역을 해보리라는 생각도 했다. 단지 “아직은 좀 급한 게 아닌가” 하는 부담이 함께 왔다.
백진희(영화배우/탤런트) 더이상 착하고 순해빠진 몽현(MBC ‘금나와라 뚝딱’)은 없다. 결혼 후 바가지 긁는 아내로 돌변하기도 했지만, 이만하면 지고지순 캐릭터의 왕좌에 오를 만했다. 일단은 여기까지다. 데뷔 5년차, 배우 백진희의 연기인생에 불현듯 악역 하나가 날아들었다. 지금은 순둥이 ‘단골’이지만 언젠가는 악역을 해보리라는 생각도 했다. 단지 “아직은 좀 급한 게 아닌가” 하는 부담이 함께 왔다.

생각이 많아 스스로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전작들엔 아쉬움이 많아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차기작을 찾는 백진희다. 체력이 바닥날 법도 하지만 “쉬면서 뭘 재충전하겠냐”고, “쉬면 불안하다”고 한다. 덕분에 매니저들은 분주해진다. 마주칠 때마다 “좋은 소식 없냐”며 아쉬움을 꽉 채울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하는 탓이다.

‘기황후’도 이렇게 찾아왔다. 막차로 올라 탄 캐스팅, 드라마에서 백진희는 원나라 황후 타나실리 역을 맡았다. 기황후의 인물 기록에 곁들여진 타나실리의 모습은 ‘희대의 악인’이다. “탐욕이 많은 친구가 점점 악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한다. 악한 황후 역은 짚신 하나 신고 추운 겨울 동분서주 뛰어다녔던 혜령( ‘전우치’)에 비한다면 급격한 신분 상승이다.

“사실 스트레스도 많아요. 한 줄 정도의 설명밖에 나와있지 않은 역사 속 인물이에요. ‘백진희가 악역을 할 수 있겠냐’는 반응도 많이 봤어요. 감독님은 악한 외모가 아니라 신선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현장엔 쟁쟁한 선배들이 있고, 제 캐릭터가 살아야 드라마에 도움도 될 수 있으니까요.”

첫 악역 못지않은 스트레스엔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도 적잖이 작용했다. 제작단계부터 끊이지 않았던 드라마의 역사왜곡 논란이다.

“이럴 땐 솔직한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 모를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배우들 모두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욕심나는 작품이었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결정한 겁니다.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더 솔직해지자면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첫 악역을 맡은 팩션사극에서 “잘하고 나오면 연기생활의 기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역량이 들통 날까 봐 겁도 난다”고 한다. “찾아온 기회가 좋은 기회가 되려면 나한테 달렸다”는 것이다. 고민은 많았지만 백진희의 눈빛엔 단단한 각오가 새겨졌다.

“캐릭터로 살아가는 건…힘들고 외로운 순간이 많더라고요. 어떤 장면을 누군가 대신 해줄 수는 없잖아요. 책임감이 많이 생기고, 그만큼 몰랐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오더라고요. 이번 드라마요? 내 안의 악한 면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겠죠.”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