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년연속 MVP 박병호와 아내 이지윤, 그리고 그녀의 홈런왕 내조법
잘나가던 KBS N 아나운서 시절 1·2군 오가는 남편 박병호 만나 주변 시선 아랑곳 사랑 꽃 피워
남편은 대기만성…한눈에 알아봐 경기 부담될라…야구얘기 안꺼내 성적도 좋지만 부상 안당했으면…
10년 만에 2년 연속 프로야구 MVP를 거머쥔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엔 고맙다는 말에 한마디를 더 보탰다. “100점 짜리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정작 아내는 “남들이 보면 (수상 소감 때 말하라고) 시킨 줄 알겠다. 전혀 아니다. 내가 더 고맙다”며 조용히 웃었다.
박병호(27ㆍ넥센)가 역대 4번째로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를 2년 연속 제패했다. 박병호는 4일 공개된 MVP 투표 결과에서 총 유효 투표수 98표 중 몰표에 가까운 84표를 얻어 이병규(LG·8표), 배영수(삼성·5표), 크리스 세든(SK·1표)을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다. 이로써 박병호는 선동열, 장종훈, 이승엽에 이어 4번째로 MVP를 2년 연속 석권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홈런(37개), 타점(117개), 득점(91점), 장타율(0.602) 등 4개 공격 부문 타이틀을 휩쓴 박병호는 일찌감치 MVP를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풀타임을 처음으로 뛴 지난해엔 홈런(31개), 타점(105개), 장타율(0.561)에서 1위에 올라 타격 3관왕을 달성하고 생애 첫 MVP를 품에 안았다.
박병호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성남고 시절 고교 야구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이름을 알린 그는 그러나 2005년 LG 트윈스에 입단해선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군을 전전하다 2011년 쫓기듯 넥센으로 팀을 옮겼다. 이후 박병호의 환골탈태는 한 편의 드라마다.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대한민국 최고타자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런 그의 뒤에는 야구 전문 아나운서 출신이자 아내인 이지윤(31) 씨가 있었다. 이지윤 씨는 박병호가 MVP를 수상하며 아내 이름을 부르던 그때 다른 방송 일로 지방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박병호의 MVP 2연패로 아내의 내조가 또 한 번 화제에 오른다고 했더니 그는 “야구에 대해 관심을 끊는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이지윤 식 내조법’인 셈이다.
▶무명 선수와 특급 아나운서의 만남=이지윤 씨는 ‘박병호의 아내’라는 수식어 이전에 화려한 이력의 아나운서로 더 유명했다. 여군 장교 출신 최초의 아나운서. “그냥 잘 할 수 있을 거같아서” 2006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육군 8사단 신병교육대대 정훈장교, KFN 국군방송 앵커, 국군 국방홍보 지원단 중대장을 거쳐 2009년 7월 중위로 전역했다. 전역 후 곧바로 KBS N에 입사해 야구전문 아나운서로 활약, 똑소리나는 인터뷰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0년 여름부터는 간판 프로그램 ‘아이러브베이스볼’ 메인 진행을 맡았다. 하지만 그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퇴사했다. 박병호와 열애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그는 그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 때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죠. 남들 다 하고 싶어 안달 난 저걸 왜 던지고 나가냐고. 하지만 메인 MC, 그런 거 저한테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연애의 시작은 2010년 LG 일본 스프링캠프 때였다. 박병호가 취재온 이 씨를 보고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당시 박병호는 1, 2군을 오르내리던, 꽃피우지 못한 미완의 대기였다.
“한 번은 2군행을 통보받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가면 되지! 가면 되는 거야. 그냥 하면 되지 뭐’ 라고 했어요. 저한테 좀 부끄러웠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전 정말 괜찮았거든요. 2군에 있다가 필요하면 부르겠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주변에선 왜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를 만냐냐고 물었어요. 그때마다 전 ‘나중에 잘 할 거야. 한번봐봐’ 그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조금씩 바뀌고 있는 이지윤 식 내조법=1년 전 이 씨에게 ‘내조의 여왕’이 되는 비법을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내조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큼 정말 해주는 게 없다. 만약 있다면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남편이 오늘 경기에 대해 얘기하면 진지하게 들어주는 식이다”고 했다. 하지만 1년 뒤 내조법이 조금 달라졌다. 이 씨는 “점점 야구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 부담될 것이다. 나까지 그러면 안될 것같아서 신경 안쓰는 척 하고 있다“고 웃었다.
달라진 건 또 있다. 다른 선수들 아내처럼 맛있는 보양식도 못해준다던 그가 내년에 요리 자격증에 도전한단다. “제가 해주는 더덕고추장삼겹살구이를 참 좋아해요. 그런데 이젠 요리학원에 다니려고요. 할 줄 아는 음식이 한정돼서 ‘메뉴 돌려막기’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거든요, 하하.”
박병호는 MVP 수상 후 “사람들이 ‘풀타임으로 3년은 뛰어야’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 의혹도 떨쳐낼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 내년엔 40홈런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지윤 씨가 바라는 건 뭘까. “예전에는 야구를 조금씩 더 잘 해나가는 게 좋은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남편은 몸 맞는 공에 시퍼렇게 멍들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저는 뛸 때마다 조마조마해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쳤으면 해요.” 부부는 다음주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로 1주일간 달콤한 여행을 떠난다.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시작할 100점짜리 타자, 100점 아내의 내년 시즌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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