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아는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이 말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알고 있었는데, 영화 ‘공범’은 이와 다른 뜻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 ‘공범’의 내용도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정다은(손예진 분)이 받아쓰기한 쪽지가 정순만(김갑수 분)이 한채진을 유괴해 살해하는 범행에 사용되는데, 정다은은 영화의 제목처럼 정순만의 ‘공범’이 될까요? 아니면 정다은이 정순만의 범죄 사실을 알고 숨긴 범인은닉죄, 정순만의 범죄 사실을 밝힐 증거가 될 어릴 적 쓴 쪽지를 찢어 버린 증거인멸죄에 해당할까요?
정순만은 받아쓰기 연습하는 정다은을 이용해 한채진의 아버지(강신일 분)에게 갈 쪽지를 쓰게 합니다. 통상 받아쓰기 연습할 나이라면 10세 이하겠지요. 그렇다면 당시 정다은은 형사미성년자(14세 이하)이므로 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아서 공범이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정다은은 정순만의 범행을 알지도 못했고, 도와주려는 의사도 전혀 없었습니다. 정다은은 영화의 제목처럼 ‘공범’이 아닙니다.
범인은닉죄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형법상 모든 범죄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정다은이 정순만의 범죄 사실을 인식하고 진술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범인은닉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판례도 참고인(영화에서는 정다은)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해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 진술한 것만으로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정다은이 찢어버린 쪽지가 정순만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그가 쪽지를 찢어 버린 것에 대해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법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범인을 위하여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처벌하지 않습니다(사실혼관계인 부부는 친족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판례 입장입니다). 이는 범인과의 관계상 적법행위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그와 달랐지만, 작품 속 정다은의 믿음과 같이 정순만과 정다은이 부녀관계라면 그 둘은 당연히 친족에 해당해 정다은이 정순만의 범죄 사실을 숨긴 것에 대해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공범’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잔인한 의심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유지하지만, 마지막에는 정순만이 두 얼굴을 가지고 살게 된 이유에 대해 ‘지나친 친절함(?)’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친절함은 관객에게 추상화보다는 사실화를 그리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영화의 바탕이 된 ‘유괴해서 키운 딸에 대한 아버지의 맹목적 사랑’을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웠던 점도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