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승강기 등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이 없는 지하보도 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해당 지방경찰청장에게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도로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횡단보도를 설치할 것과 횡단보도 설치와 주변 보행환경 정비에 필요한 행정ㆍ재정적 지원을 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 A 씨와 B 씨는 “C 사거리와 D 지역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먼 거리를 우회하여 횡단하거나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할 수 밖에 없다”며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C 사거리는 지하보도가 설치되어 있으나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지하도를 통해 횡단할 수 없었다. 지상의 횡단보도는 해당 사거리로부터 최소 200m에서 최대 460m가량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해당지점의 지하도 한 출구에서 건너편 방향의 출구로 가는데 비장애인은 1분 11초가 걸렸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19분 47초나 걸렸다
D 지역 앞 교차로의 경우도 일부 구간에 설치되어 있는 휠체어 리프트가 작동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또 근처 횡단보도는 최소 200m에서 최대 673m가량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횡단보도를 이용하더라도 주변보행로의 일부구간은 높이 5㎝ 이상의 단차이가 있는 등 안전한 통행이 힘든 실정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지방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1조 제4호의 횡단보도와 지하도간의 거리제한 규정에 위배되고, 지하상가 상인의 상권과 관련되어 있어 횡단보도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기초하지 않고 단순히 교통사고의 위험성과 소통저해 요인을 이유로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는다거나, 지하상가 상인들의 상권과 관련되어 있어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 모두 차별행위의 합리적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