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도부, 장성택 처형 사전인지 못해 習주석 대북정책 기조 재검토 가능성 中주도 6자회담 재개흐름도 둔화 불가피 美주도 관련국 대북제재 강화 관측도

“60년대 마오쩌둥의 문혁 떠오른다” 중국내 “무자비한 김정은” 거센 비난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통’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중국이 북중관계를 재점검하고 대북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과 ‘북한문제’ 협의에 나섰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조만간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실각을 사전에 몰랐을 가능성이 큰 중국이 심리적 충격 속에서 향후 대북정책을 강경으로 선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향후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고, 6자회담 재개 흐름이 둔화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

▶뒤통수 맞은 中, 대북정책 수정 가능성 높아=북한이 나진ㆍ선봉까지 중국에 팔아먹었다는 ‘친중파’ 장성택을 속전속결로 제거하면서 중국의 체면은 엉망이 됐다.

16일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장성택 실각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지도부가 심리적 충격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은 장성택 숙청에서 처형까지의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했고, 시간적으로 중국이 손을 쓸 여유도 주지않았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장성택을 체포하는 사진을 공개했던 지난 9일은 중국이 내년도 경제정책 방침과 과제를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때문에 중국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장성택 실각으로 북한 정권 중추에 있었던 친중파는 대부분 숙청됐거나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금까지 펼쳐 왔던 중국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백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은 조만간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대응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중국이 북중관계를 다시 점검하고 대북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정세에서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는 없다. 김정은 정권을 지지하는 방향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경우 느슨한 제재에서 보다 엄격한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단 현재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미국 주도로 관련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는 “표면상으로는 북중관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내부적으로 대북전략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비정한’ 김정은, 中 국민 분노=이번 장성택 처형으로 중국 내 북한을 보는 시각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도 향후 중국의 대북정책이 보다 강경해질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혈육인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자 중국 국민은 무자비한 김정은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마샤오춘(馬曉春·55) 씨는 “시대가 50년에서 80년 정도 단번에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면서 김정은 정권의 잔혹함에 불쾌감을 표현했다. 그는 “1930년대 스탈린 정권의 대숙청, 60년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기가 떠올려진다”면서 “중국 정부가 이런 정권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인터넷상에서도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 “중국 군인 80만명의 생명과 중국 경제의 피폐를 희생해 태어난 것이 바로 북한의 ‘건달봉건 정권’ ”이라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재검토하도록 중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중국 정부도 내심으로 공산당 독재 정권의 잔혹함이 전 세계에 드러난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장성택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공산당과 중국 지도부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 그가 ‘개보다 못한 인간 쓰레기’로 처형되자 같은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