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지역에 위치한 카다라쉬 연구단지에는 우리나라 태극기가 미국, EU,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국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7개국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의 건설 현장이다.
ITER 사업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핵융합 에너지의 실용화 가능성을 기술적, 공학적으로 최종 실증하기 위한 사업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국제공동 연구개발 사업 중의 하나인 ITER 사업에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참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핵융합 반응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로 알려져 있다. 태양에서 1초 동안 생성되는 에너지는 전 세계가 30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이렇게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지구상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 에너지 확보에 혁신적인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구상에서는 태양과도 같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주어야만 핵융합을 통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핵융합 에너지의 실용화를 위해 아직까지는 인류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리고 핵융합 기술은 극단의 최첨단 기술들의 집합체인 만큼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핵융합 선진국들은 국제 공동으로 핵융합 에너지 실용화를 위한 투자 방안을 논의했고, ITER 사업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07년부터 시작된 ITER 장치의 건설현장에는 현재 40여 동의 건물 건설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7개 회원국들은 각자 맡은 ITER 장치의 부품을 조달하기 위하여 자국 산업체와 제작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 약 140여개 기업이 참여하여 우리나라가 조달해야 하는 핵심 부품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및 초전도핵융합실험장치(KSTAR) 등을 건설하면서 우수한 제작기술과 품질관리 능력을 확보한 우리나라 산업체들은 그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수주 실적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ITER기구와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현재 총 67건 2,700여억 원에 달하는 수주 실적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ITER 사업 참여는 단순히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사업 참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산업체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부를 창출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기술 적용 및 응용을 통해 관련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효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ITER기구에 우리나라의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파견함으로서 미래 핵융합에너지 시대를 대비한 고급 전문 인재양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핵융합에너지개발진흥법’을 제정하여, 핵융합에너지개발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다른 선진국보다 더 빨리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려는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최근 EU, 미국, 일본 등 핵융합 연구의 선진국들도 핵융합에너지를 2040~50년경까지 앞당겨 실용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ITER 이후 미래 핵융합에너지의 조속한 실현을 위한 경주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먼저 핵융합에너지의 실용화를 달성하고 새로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느냐 하는 야심찬 도전인 것이다.
매우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의 핵융합 연구개발이 KSTAR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제는 이러한 성공 경험을 잘 살려서 세계를 앞서가야 할 것이다.
핵융합 에너지가 21세기 지구 온난화 문제 및 화석연료 고갈 문제 등 인류가 처한 에너지 현안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궁극적인 에너지원임은 자명하다. ITER 사업을 통해 이를 입증하고 나아가 상용화로 이어져 크게는 인류, 작게는 국가 에너지 문제 해결은 물론, 국가 먹거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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