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5만 여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사태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사태가 터졌다. 정보유출 규모도 1억580만건에 달한다. 중복 인원이나 법인고객, 사망자를 제외하더라도 전 국민의 결제정보가 모두 털린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여기에 감사원까지 나섰다. 금융당국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한다는 것. 사면초가(四面楚歌)라 할만 하다.
▶동양사태 3개월 만에 또…=동양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10월 금융당국에 대한 평가는 ‘뒷북대응’이다. 동양 사태가 예견된 사안이었는데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만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2009년부터 동양그룹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당국의 관망으로 지난해 뇌관이 터진 것이다.
이번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작년 12월 검찰조사를 통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고객정보 유출 건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영업망이 부족한 일부 외국계 은행의 문제로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문제는 금융업계 전반의 문제로 판명이 났다. 새해 벽두부터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등 주요 카드업체에서 대량의 고객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물론 유출 수법은 외국계 은행과 다소 다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그 사건을 계기로 고객정보 보호를 강조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게 금융업계의 중론이다.
▶감사원, 금융당국 대상 특별 감사=금융당국은 대규모의 금융사고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데 이어 감사원의 감사로 대규모의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을 상대로 20일부터 특별감사를 벌인다.
감사원은 이번 특감을 통해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를 위해 17명 내외의 인력이 투입된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불러온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적절했는지 살펴보는 한편, 계열사에 투자부적격 등급의 CP 판매를 제한하는 규제와 관련한 시행 경과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개인투자자에게 대량의 CP가 판매돼온 과정에서 감독ㆍ검사의 적절성 등도 주요 감사 대상 중 하나이다.
이번 카드정보유출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소비자원이 이번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해 국민검사를 청구키로 하면서 지난 5월 이 제도가 도입된지 불과 7개월여만에 벌써 몇차례나 국민검사가 청구되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지난 동양 사태때 금소원이 제기한 국민검사 청구를 금감원은 처음으로 수용한바 있다.
앞서 지난해 말 시민단체 및 피해 투자자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감사원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사전 자료 수집 절차를 밟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과 다르게 4대 금융지주 회장 및 주요 은행장을 소집해 책임을 묻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그만큼 속이 타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며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것은 물론 특감까지 겹쳐 압박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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