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시작된 그 집, 채무만 11억원
경찰은 실화(失火) 가능성 무게
[헤럴드경제=박지영·이세진 기자] 성탄절 새벽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301호가 소유자 및 가족의 고액 담보대출로 경매에 부쳐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매는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 10월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표류 중이다. 화재가 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조속한 퇴거를 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주의로 인한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나섰다. 다만 주민들로부터 거액 채무 등 해당 세대의 금전적 상황이 회자되며 ‘무단점거’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이 떠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헤럴드경제가 해당 세대의 등기부등본 등을 살펴본 결과,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301호 거주자는 채무가 약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금융권 은행 채무와 함께 대부업체가 설정한 근저당권도 7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집은 경매에도 넘어갔다. 경매는 지난 8월과 9월에 진행됐지만, 2차례 모두 유찰되다 지난 10월10일 7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지난달 24일까지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차순위 매수 신고인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차순위 낙찰자도 계약금을 제외한 매각대금을 현재까지 내지 않았다고 한다. 두 명의 낙찰자가 각각 약 6400만원의 보증금을 날린 것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차순위 매수 신고인이 취소 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잔금을 미납한 걸 미루어보아 재매각이 잡히고 있는 와중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해당 호수의 감정가는 10억1000만원이다.
해당 호수에 거주하는 70대 남편은 지난해 집을 매매하기 위해서 인근 공인중개사를 방문했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집을 내놓으려고 부동산을 방문한 적이 있어 최근 시세를 말해준 적 있다”면서 “다만 융자가 너무 많아 팔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해 부동산에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엘리베이터에 경고문이 붙여져 있다고도 했다. 301호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주민 B씨는 “301호에 거주하는 아버지 이름과 아들 이름이 다 적혀있었고, 무단 거주 중이라는 내용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곳에 붙어있었다. 추심자들도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은둔생활을 하다시피해서 아내분 얼굴을 못 본지 1~2년은 됐다”고 했다.
다만 등기부등본 상 소유권은 이전되지 않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무단점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는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이 아직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아 무단점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평소 주민들은 방화가 난 집에 정치적 문구가 붙어 있었다고도 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 거주민 김모씨는 “스케치북에 정치적 문구를 써서 베란다에 다닥다닥 붙여놨다”고 증언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40대 C씨 또한 “XXX 석방 같은 문구를 써놨었는데 최근에는 절반 정도 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합동감식을 통해 이번 화재가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01호 거주자인 70대 부부의 부주의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불씨는 거실과 인접한 작은 방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경찰은 전기장판 등 전기적인 요인이나 방화의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있다. 현장에서는 담배꽁초와 라이터도 발견됐다고 한다. 다만 경찰은 “담배꽁초가 화재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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