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11번가 콜옵션 미이행, FI 신뢰 하락
최대주주 변경에 책임자 불분명, ‘1조’ 손실 위기
엄격해질 투자 조건, 투자전문기업 이미지 부담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SK그룹이 외부 자본을 동원해 인수합병(M&A)을 진행하던 경영 기조가 흔들릴 전망이다. 최근 11번가 사태를 계기로 사모 자금 시장의 최대 출자자(LP)인 국민연금의 신뢰를 잃은 점이 치명적이라는 시장의 평가 때문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SK그룹에 노출돼 있는 투자금(익스포저)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주요 PEF의 핵심 출자자이며 사모펀드를 적극 활용하는 SK그룹 특성과 접점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올해도 SK쉴더스, SK팜테코, SK온 등이 PEF를 활용해 유동성 공백을 메웠다.
사모 자금 의존도가 높은 SK그룹이 자본시장에 친화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을 내려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SK스퀘어가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에 대해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1번가는 2018년에 올해까지 상장을 약속하며 FI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FI는 국민연금, PEF 운용사 H&Q코리아, MG새마을금고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최다 출자자는 국민연금으로 총 3500억원을 투자했다.
시장 관계자는 “콜옵션의 취지는 최대주주로서 역할을 다하고 FI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며 “11번가는 투자 유치 이후 최대주주가 변경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지만 국민연금도 FI인 상황에서 책임을 투자자에 떠넘긴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FI가 SK그룹에 기대했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균열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11번가는 FI 유치 이후 최대주주가 SK텔레콤에서 SK스퀘어로 변경되면서 대기업 딜의 한계도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원이 1년 주기로 교체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를 책임지는 사람이 부재한 상황이다.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FI 측이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개연성은 커졌다. 경영권 있는 지분을 거래하는 만큼 프리미엄을 인정 받고 매각할 수 있지만 ‘헐값 이미지’는 부담 요소다.
SK스퀘어 측에서 11번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제값 받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콜옵션 미행사 결정에 앞서 FI 엑시트를 위해 큐텐에 매각을 검토했으나 이 과정에서 지분 가치는 5000억원대 안팎으로 책정 받아 밸류가 시장에 노출된 상태다. FI 측은 SK그룹에 신뢰도가 저하된 상태에서 11번가 콜옵션 기한 연장 등 추가 협상에 응할 여지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11번가 FI는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지분을 처분할 경우 매각 대금을 선취한다. SK스퀘어 측에서 보장한 이자율과 그동안 수령한 배당금을 제외하면 FI 측은 11번가를 5000억~6000억원 사이에 매각에 성공할 경우 손실 위험에선 벗어난다.
문제는 후순위 주주인 SK스퀘어 몫이 남지 않을 경우 1조원가량 손실이 불가피하다. 현재 SK스퀘어 장부에 적힌 11번가 가치는 1조494억원이다. 회수할 수 없을 경우 이를 전액 손상차손으로 회계 처리해야 하는 만큼 투자 성과에는 오점이 될 수밖에 없다.
SK스퀘어는 투자전문기업 특성상 포트폴리오 회사에 실적 민감도가 높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확장과 재편에 외부 자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언급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SK가 외부 자금으로 M&A에 나선다면 투자 기준은 상당히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11번가의 FI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경우 충실히 협조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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