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독려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처지다. 규제 적용 특례를 무기로 성장해온 핀테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내몰리면서 혁신금융서비스가 이들의 몸값 높이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 양적 팽창보다 면밀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년간 혁신금융서비스 200건 훌쩍 넘어=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는 2019년 4월 제도 시행 이후 200건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11월 기준 232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고, 이중 148건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됐다. 여기에는 대출비교 플랫폼, 후불결제 서비스, 해외주식 소수점 투자 등이 포함됐다. 올해 들어서도 예적금 비교추천, 대출모집인을 활용한 주담대 비교 플랫폼 등의 서비스가 신규로 지정됐다.
혁신금융서비스란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에 영업소를 둔 상법상 회사 또는 금융회사 등이 모두 가능하지만, 특히 소규모 핀테크나 스타트업들이 금융업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됐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혁신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게 허가하고,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가) 도입 및 투자펀드 조성 등도 이를 목표로 실행됐다.
지난해 금융위는 혁신금융제도의 성과에 대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를 유치시켜 핀테크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당시 “2022년 6월 누적 기준으로 135개 혁신금융사업자들이 1928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있다”며 “혁신금융사업자 중 39개 핀테크사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일 이후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5334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경영 악화에 M&A 매물 되는 혁신서비스...금융위 “변경승인 필요”=하지만 최근 핀테크들이 경영 악화나 자금난에 시달려 M&A 매물로 나오면서 혁신금융서비스 및 금융위에서 부여한 라이선스가 몸값 높이기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취지와는 다르게 전통 금융사나 IT 등 전혀 다른 계열의 기업이 혁신금융으로 지정받은 핀테크사를 인수하며 사업을 넓힐 수 있는 우회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실적이 안나오고, 투자는 어렵고 그렇다고 파산할 수 없으니 결국 매각으로 눈을 돌려야한다”며 “회사 설립 후 한게 없고, 라이선스 받은거 하나 뿐인데 그걸로라도 매각가를 제대로 받는게 다행일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라이선스 판매 열풍’이라는 자조 섞인 비유가 나올 정도다. 핀테크 담당 연구원은 “기존 금융권이 못하는 걸 핀테크가 하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인 건 맞는데, 애초에 라이선스를 우회적으로 준 측면이 있다”며 “공식 라이선스 받아서 결국에는 엑시트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의 혁신금융 도입 취지를 지키기위해서는 면밀한 감시가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정책당국이 어려운 기업을 무조건 살려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면서도 “잘 되는 핀테크는 생존하고, 도태된 핀테크는 해산하기도 하는 싸이클 속에서 비정상적인 경제 환경이 정상화 됐을 때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살려줘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혁신금융 지정을 받은 핀테크들이 흡수합병의 대상이 되는 데 대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핀테크 인수가 라이선스 및 혁신금융서비스를 취하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법적으로 있다”며 “인수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리포팅이 이뤄질 것이고,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체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은·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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