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돈세탁 등 혐의 출석요구 “국왕 퇴위해야” 62% 찬성여론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76) 국왕의 막내딸인 크리스티나 공주가 탈세와 돈세탁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놓였다. 국왕의 건강 문제로 양위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공주의 부패 스캔들까지 불거지면서 스페인 왕실의 인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스페인 법원이 크리스티나 공주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고 엘파이스 신문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마 데 마요르카 법원의 호세 카스트로 판사는 남편 이나키 우단가린 공작과 연루된 비리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크리스티나 공주에게 오는 3월 8일 법원에 출두하라고 명령했다. 공주는 남편과 동업 관계인 회사의 투자와 재정 문제에 관해 심문을 받을 예정이다.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우단가린 공작은 비영리법인 누스연구소의 공금 600만유로(약 90억원)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주 부부는 이 회사를 통해 유용한 공금을 돈세탁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공주의 변호사는 “공주가 결백하다고 확신한다”면서 즉각 항소할 뜻임을 밝혔다.
공주의 스캔들로 국민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카를로스 국왕이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퇴위해야 한다는 양위론은 높아만 지고 있다.
작년 연말 여론조사에서 스페인 국민의 62%가 카를로스 국왕의 양위론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여론 조사에서 45%만 양위에 찬성한 것과 비교하면 17% 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카를로스 국왕은 1975년 프랑코 총통 사후 스페인이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데 역할을 하는 등 재위 기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군주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2년 국민이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가운데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호화 코끼리 사냥 여행을 했다가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령에 잇따른 수술로 건강 문제가 거론되면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카를로스 국왕이 자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국령 지브롤터의 회수를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최근 해제된 1980년대 영국 외교문서에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아프리카 북쪽 끝 모로코와 유럽대륙의 서쪽 끝 스페인 사이에 있는 지브롤터는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에 따라 영국에 할양됐으나 스페인 정부가 영토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여서 국민적 반감이 더 커질 전망이다.
한희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