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엘니뇨 기후변화로 올해만 382조원 경제 손실
지난 6월 에콰도르 홍수 당시 모습. 주민들이 떠내려가는 가재도구를 붙잡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남아메리카 국가들이 엘니뇨로 입는 경제적 피해가 올해 약 3000억달러(한화 3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농업 비중이 큰 이들 국가 특성상 엘니뇨가 불러온 기후 변화로 농산물 작황이 불안정해지면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금융서비스회사인 코르피콜롬비아나 자료를 인용해 올해 페루와 에콰도르, 콜롬비아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7%, 1.6%, 0.6%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도 부근 동쪽 태평양의 표면이 데워지면서 지구 온도와 강우량에 변화를 일으키는 엘니뇨 현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특히 남미는 엘니뇨에 따른 극한 날씨에 노출돼 있다. 페루와 에콰도르의 태평양 연안에는 폭우가 내리고, 콜롬비아와 칠레 일부 지역에는 극심한 가뭄,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은 산불이 증가하는 등 이미 다수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페루 컨설팅회사 쏜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페루는 올해 첫 멸치 어획 시즌을 취소하면서 올해 어업생산량이 작년 대비 19.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페루 총 어업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분으로 사용되는 작은 물고기의 전세계 공급량 중 20%가 페루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페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콰도르는 1997년 엘니뇨 악몽이 재현될까봐 긴장하고 있다. 당시 홍수로 300명이 죽고 30억달러(3조8325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도 바나나 농장 500㎢의 면적이 손해를 입었다. 정부는 손실과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2억6600만달러(3398억원)의 예산을 할당했다.

콜롬비아의 경우 심각한 가뭄으로 전력생산량에 비상이 걸렸다. 콜롬비아 전력의 약 70%는 수력발전으로 생산된다. 당국은 엘니뇨로 전력 저장소 용량이 65% 수준에서 44%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싱크탱크 페데사롤로는 에너지 가격이 50~10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르헨티나도 가뭄으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대두 수확량이 전년 동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이 180억달러(22조9950억원) 이상 감소했고,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FT는 기후 변화가 촉발한 식량과 에너지 부족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고, 결국 남미 국가 정부는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악순환이 예측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