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거울’ 아빠만 보면 느낌 와 밀착-거리두기 적절배분 인기비결
육아예능 후발주자로 출발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지난해 최고 히트 예능이었던 ‘아빠!어디가?’(MBC)와 동시간대 편성, 아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전은 서서히 시작됐다. 지난해 첫 방송 당시 7.2%로 출발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가장 최근 방송분에서 17%의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 무려 24주째 안방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다. 지루할 무렵 투입되는 새 얼굴은 기존의 판을 뒤집는 ‘신의 한 수’였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난 강봉규 PD는 묵묵히 달려온 지난 1년 6개월을 돌아보며 ‘영업비밀’ 하나를 공개했다. 2014년 KBS 연예대상 감으로 추성훈의 딸 사랑이와 송일국의 세 아들 ‘삼둥이’가 거론될 만큼 아빠와 48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인기가 상당하다. 이미 ‘육아예능’이 각사마다 한 편씩 등장했던 상황에 ‘매력적인’ 아이들을 찾는 것도 제작진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캐스팅은 뭐하고 설명해도 부족할 만큼 중요하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 일반 캐스팅하고는 달라요. 아빠와 아이가 함께 나오지만, 아이들이 돋보이는 방송이예요. 사실 캐스팅은 우리의 노하우인데…. 아이들을 만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임에도 강 PD가 가족들을 섭외할 때 아이들을 만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을 만난 뒤 ‘참 예쁘네요. 캐스팅합시다’라고 말하는 것이 스스로 꺼림칙했다”는 강 PD는 “아빠의 캐릭터가 아이들의 연장이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 심사하듯 관찰하고 싶진 않았다. 아빠를 보면 아이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신 아빠들을 섭외하는 노하우가 나온다. “그 사람이 아빠의 역할을 하는 모습이 상상 가능한가”라는 것이 기준이었다. ‘이바람’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이휘재가 쌍둥이 아빠 역할을 한다는 낯섦과 악동 타블로가 딸바보였다는 “이질적인 이미지”를 가져야 주인공이 된다. 내년 1월 방송부터 타블로-하루 부녀를 대신해 프로그램에 합류할 엄태웅을 캐스팅한 이유는 “엉뚱한 4차원”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합류한 연예인 아빠와 아이들은 제작진은 결코 노출되지 않는 화면 안에서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집안 촬영에는 ‘텐트’ 안에 숨어들어가고, 야외촬영에는 부러 몇 미터의 거리를 두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그들만의 48시간을 지켜본다. “밀착과 거리두기의 적절한 조화”를 살렸기에, ‘관찰예능’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정직한 연출을 한다는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가급적이면 출연자와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가려고 해요. 화면의 기술적인 테크닉에서 고급스러움을 포기하는 대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거죠. 출연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그들이 의식하지 않는 형태를 고민했죠.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자연스러움에 중점을 둔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강 PD를 포함한 제작진이 출연자와 만날 때는 물론 방송에서도 노출을 꺼리는 ‘신비주의’를 지향하는 것 역시 철저하게 ‘관찰예능’의 포맷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의 경계를 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겐 카메라도 장난감의 하나이고 자신의 모습이 방송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지만, 아빠들은 사실 카메라에 친숙한 사람들이다. 제작진이 그들 앞에 노출되면 연기를 할 우려가 있다. 가장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도출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강 PD는 설명했다.
1년 6개월을 시청자와 만나며 주말예능을 완전히 평정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가족 전체가 완전체가 되는 모습을 그려가고 있다. “가족 내에서 유독 소외된 아빠가 아이와 유대관계를 쌓으면 가족 전체로 확장해 화목한 한 가정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의 목표이자 애초의 기획의도였다. 배우 김정태가 지난 총선 당시의 시끄러운 일을 겪으며 하차한 이후 출연한 장윤정, 도경완 부부의 출산까지의 모습 역시 “아이의 탄생을 가족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 제작진이 프로그램 초반부터 철저하게 기획해 태어난 아이템이었다. “가족의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확고한 판단”이 방송을 통해 비치자 장윤정 편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반전을 꾀할 수 있던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
지난 시간동안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제 막 걷고 뛰고 옹알이를 뗀 아이들을 만나는 것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끝나지 않는다. 강 PD는 이미 프로그램이 출발할 당시부터 향후 8년을 내다보고 있었다.
“프로그램 기획 당시 이휘재 씨의 출연을 설득하면서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서준이, 서언이 초등학교 보낼 때까지 하자고요. 쌍둥이가 3월생인데, 여덟 살이 되면 프로그램은 8년의 기록이 남게 돼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장면을 담으며 프로그램을 마치고 싶어요. 물론 이 방송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까지 해야겠죠.”
고승희 기자/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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