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영화 '워터 릴리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프랑스 배우 아델 에넬(34)이 영화계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12살 데뷔작에서 성폭력을 당한 뒤로 달라진 게 없는 프랑스 영화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9일(현지 시간) 아델 에넬(34)이 프랑스 매체 텔레라마를 통해 영화계 은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프랑스 영화계의 뿌리깊은 성폭력을 비판하면서다. 에넬은 프랑스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2014)과 여우주연상(2015)을 모두 수상한 국제적인 배우다.
텔레마라와의 인터뷰에서 에넬은 "성범죄자에 대한 영화계의 안일한 태도를 규탄하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면서 "은퇴 선언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3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력 혐의로 고발당한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감독 로만 폴란스키,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후에도 프랑스 최대 영화 기관 CNC의 책임자로 복귀한 도미닉 부토나 회장 등을 언급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프랑스 영화계의 무관심을 강조한 에넬은 "피해자들이 큰 소리를 내는 것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들은 우리가 사라지고 조용히 죽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대중과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은퇴에 대해 "내 세계에서 권력자들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아넬은 지난 2020년 자신이 12살 당시 데뷔작 감독인 크리스토프 뤼지아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프랑스 문화계 미투 운동을 재점화하는 데 일조했다.
그는 제45회 세자르 영화제에서 아동 성범죄 혐의로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수상하자 "프랑스 영화계의 수치다"라고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성폭력 퇴출에 앞장선 바 있다.
kace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