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쓰레기 다이어트 8일 째. 고비가 왔다. 떡볶이가 너무 간절했다. 하필 코로나 자가격리까지 겹쳤다. 마지막 날 스트레스를 명분 삼아 배달 주문을 감행했다.
이날 나온 쓰레기 총 무게는 158g.
이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든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죄책감이 사라지질 않았다. 배달 주문을 끝내 참지 못한 나.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4월 17~30일 30여명 시민들과 함께 ‘매일 쓰레기 100g 줄이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기자도 참가했다. 매일 배출하는 쓰레기를 기록하고, 100g씩 줄여보자는 ‘쓰레기 다이어트’다.
서울 시민 1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평균 980g이다. 프로젝트 목표는 여기서 100g씩 줄어든 880g 이하로 쓰레기를 만드는 것.
그렇게 2주 동안 기자를 포함, 30여명은 매일 쓰레기를 모으고 기록했다. 전체 참가자의 하루 배출량 기록 중 목표치 880g을 초과한 건 총 223개 기록 중 15개에 그쳤다. 성공률 93.2%.
1인당 평균으로 계산하니 참여자 한 사람 당 하루 평균 359g을 배출했다. 서울 시민 평균(980g)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왜 이렇게 쓰레기가 줄어든걸까. 실제 쓰레기를 모으고 측정해보면 그 비결을 체감할 수 있다. 배달 떡볶이 하나에 죄책감이 들 듯, 매일 쓰레기를 모으고 매일 무게를 재다보니 자연스레 쓰레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참여자들도 쓰레기 배출량을 기록하는 것 만으로도 쓰레기 감소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캠페인에 참여한 최모 씨는 “쓰레기 무게를 기록하지 않은 날엔 확실히 배출량이 더 많았다”고 답했다.
얼마나 쓰레기를 버리는지 실감하는 효과도 있다. 권모 씨는 “매일 밤 모은 쓰레기들의 무게를 재며 얼만큼 쓰레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직접 보고 어떤 부분을 줄여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일례로, 쓰레기 100g이라고 하면 좀처럼 상상할 수 없다. 갈색 음료 유리병 하나는 110g이다. 비닐봉지 8장이 모이면 96g이고, 500㎖ 페트병 7병은 98g다. 실제 쓰레기를 재봐야만 실감할 수 있다.
지난 4월 18일 기자가 배출한 쓰레기는 총 98g. 원통형의 감자칩 캔 하나와 반찬 및 양념 일회용기 3~4개, 택배 포장 비닐과 휴지, 영수증 등의 쓰레기 무게다.
실제 쓰레기를 모아보면 얼마나 사소한 것까지 쓰레기가 나오는지 체감할 수 있다.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 식당에서 입을 닦은 휴지나 수저 포장지, 휴게실에서 먹고 남은 과자 봉지 등이다.
참여자들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텀블러 이용하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장바구니와 다회용기를 휴대하기 ▷택배와 배달 같은 포장재가 많이 나오는 소비하지 않기 등을 꼽았다.
쓰레기 다이어트의 적은 단연 포장재다. 참여자 후기에서도 줄이기 어려운 쓰레기로 가장 많이 언급된 난제다. 가능한 한 포장재 없는 제품을 구매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는 경험담들이 다수 공유됐다.
기자 경우도 비슷했다. 2주 동안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린 날의 무게는 354g. 꼭 필요한 제품을 택배로 주문했던 날이다.
딸기나 포도 등 껍질이 무른 과일을 다 먹은 다음에도 어김없이 플라스틱 용기가 나왔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쓰레기 감량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포장재 감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주간 30여명이 줄인 쓰레기를 계산해보면 약 18㎏.
만약 모든 서울 시민들이 100g씩쓰레기를 줄인다고 가정하면, 매일 1000t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소각장) 하나를 줄일 수 있는 양이다.
서울에서 매일 나오는 쓰레기는 3200t. 이중 2200t은 서울 시내 4개 자원회수시설(강남·노원·마포·양천)에서 소각되고, 남은 1000t은 수도권매립지(인천)으로 향한다.
서울시는 마포구에 있는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750t에서 1750t으로 증설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을 새로 마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참여자 김모 씨는 “새로운 시설을 짓는것은 쓰레기 처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시민들이 덜 쓰고 덜 버리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는 게 더 적극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