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가들 긴축 곧 종료 예상
경기침체·금융불안·연방정부 부실
WSJ 달러인덱스 올들어 지속하락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달러 약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은행 위기 여파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안전 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 투자자들이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이었던 연준의 긴축 프로그램이 곧 종료될 것으로 보고 ‘달러가 더 떨어진다’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 고조와 잇따른 은행 파산으로 인한 금융 불안,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도 달러 가치 하락 전망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해 달러 가치는 연준의 긴축 드라이브에 힘입어 역사적 수준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일부 경제지표에서 물가 상승 둔화 신호가 포착되자 고공행진하던 달러의 가치는 지난해 9월 말 최고점을 찍은 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달러 가격에 반영되면서다. 실제 주요 16개국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WSJ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고점 대비 8.6% 정도 하락한 상태다.
이미 시장은 3일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을 마지막 금리 인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중 과반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한 뒤 동결하는 방향으로 경제 상황을 전망하기도 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인터뷰에서 “긴축의 여정이 출발점보다는 종착점에 훨씬 더 가까운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달러 약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달러의 경우 공정가치 대비 많게는 15% 높은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나 노르웨이의 크로네 등 일부 국가의 통화 가치는 과하게 낮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 성장면에서 달러 약세는 희소식이다. 전세계 부채의 60%가 달러 표시로 돼 있는만큼, 외국 기업과 각국 정부의 달러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 책정 상품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면서 국제 무역 역시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
닉 월 JP모건 외환전략 책임자는 “이것(달러 가치 하락)은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밸브를 여는 것과 같다”면서 “특히 세계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신흥 시장에 많은 부채가 쏠려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들의 연쇄 파산이 전세계 금융 시스템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만큼 달러 하락폭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달러야말로 위기 상황에서 가장 선호되는 자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JP모건은 달러가 연준의 최종 금리 인상 후 3~4개월은 약세를 보이다가 결국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셉 루이스 제프리스 기업 헤지 및 환솔루션부문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달러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자본 흐름을 끌어들이는 역동적인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