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생산·공급 타격 불가피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주요국가들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엘니뇨에 따른 세계 곡물 생산과 공급 타격이 물가를 자극하는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엘니뇨는 2~5년마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현상을 뜻하며, 지표면 온도와 기후 등에 영향을 미친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세계 주요 곡물 생산지인 인도의 쌀과 밀 생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는 세계 쌀 1위, 밀 2위 생산국이다. 엘니뇨는 인도의 곡물 생산량을 좌우하는 6~9월 몬순 기간의 강우량을 감소시키는데, 몬순 시기 강우량이 줄면 밀과 쌀 수확량 역시 급감한다.

앞서 이달 8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열대 태평양 지역의 엘니뇨 패턴이 예측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인도 기상청과 민간 예보업체도 몬순 기간의 엘니뇨 현상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 인도의 강우량이 평년의 94~96%에 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엘니뇨로 올해와 내년이 역대급 따뜻한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면서 “달라진 해양과 대기 패턴은 전 세계의 날씨를 변화시켜 수천만명에게 절실히 필요한 비를 차단하고, 또 다른 지역에는 홍수를 몰고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곡물 생산 감소는 세계 식량 공급망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도 정부가 곡물 생산 감소로 인한 물가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곡물 수출을 틀어막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인도 정부는 지난해 몬순 기간 강우량 부족으로 곡물 생산이 줄자 5월 밀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한데 이어 9월에는 쌀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한 상태다. WSJ는 “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 정부가 식량 가격 상승을 지켜만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인도의 곡물 수출 감소는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주요 국가의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세계은행은 인도의 추가 수출 규제가 세계 쌀 가격을 많게는 12.1% 높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영국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10.1% 오른 가운데, 식품과 비주류 음료 가격이 19.1% 급등했다고 밝혔다. 1977년 8월 이후 45년여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CPI는 전년동월대비 5.0% 오르며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지만, 식료품 가격은 8.4% 뛰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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