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국 지자체 및 HUG·협회 등에 공문
입주자 모집 시 ‘매매예약, 우선변제권 적용 X’
국토부 “법적 제재 근거 없지만 제도적 관리 차원”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국토교통부가 이른바 ‘꼼수 분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민간임대주택 매매예약제에 대해 공식적인 주의 경고를 보냈다. 최근 몇 년 새 시행사가 민간임대주택 입주예정자들을 상대로 우선분양권을 얻기 위한 매매예약금을 요구하고, 매매예약 여부에 따라 옵션 추가를 가능케 하는 등 관련 논란이 잇따르자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 등에 민간임대주택 매매예약과 관련한 권고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앞으로 민간임대주택 임차인 모집공고에 ‘장래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소유권을 양도하기로 미리 약정하는 것은 관련법 상 근거가 없어 우선변제권 등이 적용되지 않고, 해당 계약을 체결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지도·감독해달라는 것이 공문의 골자다.
민간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10년 이상 임대 목적으로 제공하는 주택으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이 주택을 짓고 임대인이 돼 전월세 형태로 공급한다. 임차인은 의무임대기간인 10년 거주 후 분양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돼 분양 전환 절차를 밟을 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당초 취지와 달리 시행사가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 제공을 명목으로 임대보증금 외 별도의 매매예약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작년 서울의 한 민간임대주택 시행사가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매매예약금 3억원을 요구해 소송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재작년 경기도 동탄의 한 민간임대주택에선 매매예약금 6억~7억원을 납부해야 아파트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고 안내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도 ‘장기민간임대주택에서 10년 후 매매를 약속하는 소위 매매예약을 하는 사례가 있어 임차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5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매매예약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장치가 없다. 지금과 같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에 회사가 부도나거나 그러면 임차인들은 매매예약금을 찾을 수 없다”며 “국토부에서 빨리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간)임대 사업자 측에서는 이게(매매예약) 안 되면 (분양이) 안 될 것처럼 지금 많이 현혹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장치, 보호장치를 저희가 더 연구해서 사각지대를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건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매매예약에 관한 제재 규정 및 임차인 보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금을 납부해도 소유권 이전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뒤 이뤄지는 데다 시행사의 부도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국토부는 매매예약 자체가 불법은 아닌 만큼 직접적으로 법적 규제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민간임대주택 제도 취지 및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지자체로 하여금 관련 내용을 안내토록 권고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매예약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이것을 불법이라거나 사법적 효력의 무효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매매 계약은 당사자의 자유인 것이고 국토부에서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 매매예약이 유도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민간임대주택 승인권이 있는 지자체들에 관리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매매예약에 관한 추가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건 없지만 이제 살펴보기 시작한 단계라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계속 검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