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 파리오페라발레 ‘지젤’

1993년 이후 30년 만의 내한공연

“프랑스 발레의 정수 보여줄 무대”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명실상부 현존 세계 최고(古)이자, 최정상 발레단인 파리 오페라 발레가 30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1993년 세종문화회관 공연 이후 첫 내한. 당시 무대 위를 날아오른 솔리스트는 파리 오페라 오레단의 예술감독이 돼 120명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30년 전 ‘지젤’ 공연 때 단원(퍼스트 솔리스트)으로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이번에 예술감독으로 오게 다시 방문하게 돼 정말 뜻깊게 생각하고 있어요.” (호세 마르티네스 예술감독)

‘지젤’은 파리 오페라 발레의 상징적인 레퍼토리다. 1841년 이 발레단을 통해 ‘지젤’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새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호세 마르티네즈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무대를 통해 프랑스 발레의 정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다.

태양왕 루이14세 시절인 1669년 창단, 오늘날 ‘발레의 역사’를 써내려온 파리 오페라 발레는 350년의 무수히 긴 시간동안 세계 발레계를 이끄는 상징적인 예술단체로 자리하고 있다. 해마다 파리에서 180회 이상 공연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이 단체의 해외 투어는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이들의 해외 공연은 일 년에 한 번뿐. 발레단의 일정 조율도 쉽지 않을 뿐더러 내한공연을 올리기 위한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기욤 디옵, 도로테 질베르, 강호현, 호세 마르티네스 감독(왼쪽부터)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파리 오페라 발레의 기욤 디옵, 도로테 질베르, 강호현, 호세 마르티네스 감독(왼쪽부터)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한국 공연에선 70여 명의 무용수를 비롯해 무대, 분장, 소품 담당자와 무용수들의 치료와 안전을 담당하는 의료진 등 총 120여 명의 발레단 직원이 함께 왔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전통적인 ‘지젤’ 공연과 같은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젤’은 프랑스 발레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연이 아닐까 싶어요. 프랑스 발레는 기술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술의 변형을 통해 다양한 감성을 표현해요. 우리의 ‘지젤’은 원작을 충실히 재해석하고, 원작의 미학들을 존중한 작품이에요.”

이번 ‘지젤’ 공연엔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솔리스트와 군무 무용수로 함께하는 한국인 무용수 강호현이 함께 한다. 2018년 입단, 2022년 ‘쉬제’로 승급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는 ‘카드리유’(군무진)→‘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르미에르 당쇠르’(주역 가능)→‘에투알’(주역만) 등 다섯 단계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발레단에는 한국인 최초의 수석 무용수로 ‘에투알’에 오른 박세은과 강호현, 윤서후 등이 정단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박세은은 최근 출산으로 이번 무대에 함께하지 않는다.

강호현은 “30년 만의 내한에 한국인으로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다음에는 박세은, 윤서후와 함께 세 명의 단원이 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호현은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친 뒤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했다. 그는 ‘지젤’의 백미 중 한 장면인 달빛 아래에서 춤추는 윌리들의 몽환적 군무를 이끄는 ‘두 윌리’ 역할을 맡았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마르티네스 감독은 “강호현은 한국인임에도 프랑스 발레 스타일을 잘 표현하는 무용수”라며 “발레는 국제 언어이기 때문에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발레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훌륭한 발레 교육을 갖추고 있어요.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한국인 무용수를 비롯한 다양한 무용수들이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로 다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호세 마르티네스)

강호현을 비롯해 ‘지젤’ 공연엔 파리 오페라 발레의 간판스타들이 총출동한다. 발레단의 에투알 무용수 5명이 주역 지젤과 알브레히트로 출연한다. 오는 11일 공연에서 지젤 역을 맡은 도로테 질베르는 2000년 입단한 파리 오페라 발레의 상징적인 얼굴이다. 지난해 갈라 콘서트와 발레리노 김기민 내한 공연으로도 한국 관객과 만났다.

그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은 고난도의 테크닉을 그대로 구현한다”며 “특히 다리의 움직임이 중요한 작품이다. 2막의 푸앵트(Pointe), 데벨로빼(Developpe), 점프 후 착지 등 난도 높은 기술적인 요소들이 다른 무용단의 ‘지젤’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지젤’은 각 무용수마다 자신만의 지젤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달라요. 무용수 각자의 개성과 기술적 성숙도가 공연에서 드러나기 때문이죠. 저 역시 15년 전에 추던 지젤과 지금의 지젤이 달라요. 훌륭한 무용수들이 수없이 ‘지젤’을 공연했음에도 지금까지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도로테 질베르)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질베르와 호흡을 맞추는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 역은 기욤 디옵이 소화한다. 에투알 위고 마르샹은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으로 내한하지 못해, 그 자리를 기욤 디옵이 대신하게 됐다. 2018년 입단 이후 3년 만에 주역으로 발돋움, 프랑스가 주목하는 ‘차세대 발레 스타’다. 그는 “알브레히트는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역할이고,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극적인 장면도 많다”며 “극적인 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며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코랄리와 쥘 페로가 안무하고 아돌프 아담이 음악을 쓴 ‘지젤’은 낭만주의 시대 걸작 발레로 꼽힌다. 유령 ‘윌리 설화’를 바탕으로 태어난 이 작품은 약혼녀가 있는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가 아름다운 시골 여성 지젤과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발레 음악의 표본으로 꼽히는 ‘지젤’의 음악을 완성한다.

스타 무용수들이 총출동한 ‘지젤’ 무대에선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향점을 만날 수 있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180여년 전에 만들어진 고전 발레의 정수를 존중하는 동시에 지금의 무용수들이 가진 다양한 잠재력도 보여주는, 프랑스 발레의 이상적인 구현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