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하이노 팔케·외르크 뢰머 지음, 김용기 외 옮김, 에코리브르)=2019년 4월 10일 눈으로 볼 수 없다던 블랙홀 사진이 공개됐다. 글레이즈 도넛처럼 생긴 블랙홀 이미지는 천문학의 쾌거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이끈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협력단 EU 대표인 팔케 교수가 쓴 책은 블랙홀 사진을 처음 공개하던 그 날에서 시작, 블랙홀 관측의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엄청난 중력으로 빛 마저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의 정체는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다. 이 블랙홀 사진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이다. 전 세계에 산재한 망원경을 연결, 8대의 전파망원경이 5일간 관측한 데이터 총 35페타바이트를 정확한 타이밍에 중첩시켜 얻어낸 것이다. 책은 천문학의 역사로부터 현대 천문학이 밝혀낸 지식들을 돌아보며 관측 가능한 시간의 끝 부분인 블랙홀로 이동한다. 책의 백미는 바로 3부인 이미지로의 여행으로, 블랙홀 사진을 얻기까지 수 백 명의 천문학자가 수 년 동안 공동 작업을 해온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거대한 실험으로 키우고 전 세계 전파 망원경으로 흥미로운 탐험을 한 뒤 마침내 이미지 관측에 성공, 대중에 공표하기까지, 과학자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식으로 협력하는지 자세히 담았다. 저자는 블랙홀이 끝인지, 시공의 시작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공의 끝은 무엇인지 등 과학의 궁극적 의문을 제기하며 또 다른 우주 여정의 씨앗을 품는다.
▶급류(정대건 지음, 민음사)=2020년 ‘한경신춘문예’에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정대건의 두 번째 장편소설. 소설은 그로테스크하게 시작된다. 저수지와 계곡으로 유명한 진평의 강 하류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끌어안은 듯한 상태의 남녀 시신이 부패상태로 발견된다. 남자는 UDT특수부대 출신으로 ‘진평 물개’로 불린 베테랑 소방관 창석, 여자는 1년 전 진평으로 이사 와 미용실을 운영하던 해솔 엄마 미영이다. 창석은 존경받는 소방관이자 가족에게 살뜰하고 딸인 도담과 시간을 자주 보내는 좋은 아빠였다. 도담에게 창석은 다이빙 버디이기도 하다. 일 년 전 도담은 아빠와 함께 수영하러 갔다가 물에 빠진 해솔을 구해준 걸 계기로 해솔과 가까워진다. 운명적인 만남 이후 둘은 비밀 없는 사이가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불륜관계인 듯한 정황이 드러나고 이에 화가 난 도담은 둘이 은밀히 만나기로 한 날 밤 랜턴을 들고 그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도담과 해솔은 그날 이후 삶이 바뀌고 멀어진다. 가족의 손에 이끌려 작별하게 된 둘은 그렇게 물음표를 안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스물 하나 둘은 우연히 재회하지만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지난 불행을 잊기 위해 애쓴다. 소설은 같은 트라우마를 지닌 채 헤어졌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같은 상처를 어떻게 다르게 지나는지, 사랑과 진실을 어떻게 마주하는지 차분하게 그려낸다.
▶리더라면 한번은 만나게 될 이슈들(예지은 지음, 삼성글로벌리서치)=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직장내 문제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상사와의 불소통, 꼰대 스타일, 갑질, 성차 등을 호소하는가하면, 팀장들은 MZ세대의 이기적 스타일을 고발하며 팀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20여년간 조직문화를 연구하며 삼성글로벌리서치 인재경영연구실에서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리더십의 정답은 없지만 정도는 있다고 말한다.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존중하고 의견과 고충에 귀기울이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정도이다. 누구나 아는 얘기이지만 방법이 문제다. 책은 리더십의 시작을 나로부터 시작한다. 정도를 걸어가려면 리더 자신부터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리더는 대체로 고성과자가 올라오게 마련인데, 이들이 통제권까지 갖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새 휴브리스 증후군, 즉 과도한 자신감에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거나 거만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의는 이를 후천적 성격장애라고 말한다. 이전과는 다른 호르몬이 분비돼 목표 지향적이 되는 대신 공감능력은 떨어진다. 뇌가 달라진 것이다. 나쁜 리더의 유형 가운데 하나는 마이크로매니저형. 직원들이 일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인데 이는 리더가 섬세한 것이 아니라 불안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비롯, 착각하기 쉬운 워라밸, 팀의 목적이 의미이지 수치가 아니란 사실, 성공하는 팀의 조건과 저성과 조직의 네 가지 유형 등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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